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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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문 | |
| 선고일 | 2009. 06. 26. |
| 사건번호 | 광주지방법원 2008고단2679 |
| 사건명 | 업무상과실치사 |
| 쟁점 | 무수혈 방식의 수술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행위 및 형법 제24조 피해자 승낙 적용 여부 |
| 관련판결 | |
| 항소/상고요지 | |
| 사실관계 | ① 피해자는 소위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수혈거부를 종교적 신념으로 가지고 있고, 우측고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과 관련하여 무수혈 수술을 원함. 피고인은 망인(피해자)에 대한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비롯한 수술에 필요한 전반적인 검사를 하게 한 후 위 병원 혈액종양내과에 무수혈방식에 의한 수술 가능 여부에 대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고, 입원 후 혈소판수치, 헤모글로빈 수치, 응고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를 받았는데, 모두 정상이었으며, 소변검사와 간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망인은 전혈수혈이나 성분수혈을 전적으로 하지 않을 것을 기재한 책임면제각서를 제출하였는데, 이에 대해 망인의 딸은 망인이 듣지 못하는 상태에서 필요하면 망인에게 타가수혈을 할 것을 이야기 함. ② 수술 과정에서 다량의 출혈이 계속되고 혈액 응고에 관한 검사결과 모든 사항에 응고불가 결과가 나왔지만, 수술 중 남편과 자녀들이 타가수혈에 대한 동의 여부의 견해가 갈렸고, 이후 타가수혈에 대한 가족들의 동의가 있었을 때는 오히려 타가수혈이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망인에게 타가수혈을 시행하지 않음. ③ 피해자는 중환자실에서 다량 실혈로 인한 폐부종으로 사망에 이름. |
| 내용 | 무죄 |
| 변호인 주장 | ① 수술 전 이루어진 피해자에 대한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혈액내과 전문의 등도 수술이 가능하다고 회신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나이나 우측 고관절의 상태 등을 종합하여 수혈을 하지 않고도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또한 피해자는 수술 도중 폐울혈증과 범발성 응고장애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수혈을 한다고 해도 출혈을 막을 수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어 수혈을 하지 않은 바, 수혈을 하지 않은 것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없고, 과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음. ② 더욱이 피해자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서 수술 전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하는 것을 거부하는 의사를 명백히 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수혈을 하지 않았는바,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 또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됨. |
| 법원의 판단 | ① 망인은 피고인에게 무수혈 방식에 의하여 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면서 앞서 문의한 3곳의 병원들로부터는 수술을 거부당한 사실을 이야기 하였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망인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무수혈 방식의 수술이 불가능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조회회신서에서 무수혈 방식에 의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였으며, 망인의 고관절 주위의 근육이나 혈관의 유착 정도는 실제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는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점, 피고인이 망인의 상태에 비추어 수술하는 경우 대량출혈에 대비하여 셀 세이버를 비롯, 지혈제, 항응고제 등 준비한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피고인이 망인에 대하여 무수혈 방식에 의하여 수술하는 것이 가능하였다고 판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움. ② 또한 피고인이 수혈을 하지 않은 행위는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에 기한 형법 제24조 소정의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로서 범죄로 되지 않음. |
| 해설 | 1. 피고인이 무수혈 수술을 선택한데 대한 과실여부 판단 1) 우리 판례의 입장 우리 대법원은 의료사고에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과실의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2.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즉 의료행위 당시 의료환경이나 특수성을 감안하여 의사가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하거나(결과발생 예견의무 위반) 예견하고도 회피하지 못한 경우(결과발생 회피의무 위반)에는 과실범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2) 대상판례의 해설 우리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판례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해자는 소위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타가수혈거부를 종교적 신념으로 가지고 있어 우측고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과 관련하여 무수혈 수술을 원하였다. 그런데 수술과정에서 다량의 출혈이 있어 부득이 타가수혈을 하여야 했지만, 환자의 가족간에 이견이 있어 수혈시기를 놓치게 되고, 이후 가족들 전부가 타가수혈에 동의하였지만, 이미 수혈시기를 놓쳐 폐부종으로 사망한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무수혈 방식을 택한데 대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가 하는 점에 대해 당해 법원은 여러 병원에서 피해자에 대해 무수혈방식을 거절한 점, 과거 유합수술로 근육과 혈관의 유착정도가 심하여 수술 중 다량의 출혈이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여러 병원이 거절했다는 사정만으로 무수혈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고, 유착이 심하더라도 무수혈 수술이 가능하고 위 병원에서 그러한 수술을 성공한 경험이 있는 점, 실제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는 혈관의 유착정도를 알 수 없는 점, 또 피고인이 출혈에 대비하여 셀 세이버를 비롯한 지혈제와 항응고제를 준비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렇게 판단한 데 과실이 있다는 증명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형사재판에서 법관으로 하여금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는데,(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110; 2011. 9. 29. 선고2010도5962 등) 사실관계에 비추어 당해 법원은 환자의 상태, 의료환경, 피고인의 전문가로서의 지식이나 경험이 무수혈 수술을 선택한데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판단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2. 피고인이 수혈을 하지 않은 행위가 형법 제24조의 피해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 의료행위는 전통적으로 개인의 선을 증진시키거나 해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을 제한하고 자유에 간섭할 수 있다는 온정적 간섭주의를 기본으로 의료인이 자신의 전문가적 지식에 기초하여 환자에 대하여 처치를 다하면 그 의무를 다한 것으로 판단하였지만, 최근 환자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김영태, “의료행위와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관한 고찰-대법원 2014. 6. 26. 선고 2009도14407판결을 중심으로-” 의료법학 제15권 제2호, 대한의료법학회, 2014, 13면 참조) 이에 따라 종래 우리 판례도 통상적으로 의사의 의료행위를 업무로 인해 위법성이 조각되는 행위로 판단하였지만(대판 1978. 11. 14, 78도2388; 1976. 6. 8, 76도144), 최근에는 자궁외 임신을 자궁근종으로 오진하여 자궁적출수술의 불가피성만을 설명하여 피해자의 자궁을 적출한 사건에서 피해자의 승낙을 위법성 조각의 근거로 판단한 사례도 있고,(대판 1993. 7. 27, 92도2345) 수술에 환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71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판례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수술도중 대량출혈이 있을 수 있고 그와 같은 경우 타가수혈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자가수혈이외에 타가수혈을 거부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당해법원은 타가수혈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수혈하지 않은 행위를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피해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대상판례는 전통적인 후견주의(온정적 간섭주의)에서 벗어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한 최근 판례의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