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3일 중앙평가위원회(중평위)를 열어 허혈성심질환에 대한 적정성평가를 강행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고 강압적인 진행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동안 대한심장학회는 적정성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평가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심평원과의 갈등이 지속됐다. 심평원은 심장학회와의 간담회를 진행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중평위를 열어 허혈성심질환 관련 평가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이다. 이날 중평위에서는 표결을 통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25%의 병원에 기한을 연장하고 원안대로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이 이뤄지자 중평위에 참석했던 P교수는 결국 '사퇴'를 선언하며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왜 P교수는 논의과정에 불만을 품고 나간 것일까. |
P교수는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중평위 진행과정이 깨끗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심평원에서 강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사퇴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 중평위에 참석할때 마다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바뀌는 부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매번 참석할 때마다 얘기를 하지만, 공중에 메아리만 외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며 "중평위에 참석한 위원으로서도 이런 기분이 드는데, 학회와 의견교환하는 자리에서는 더 심각하지 않겠느냐. 강압적인 분위기에 의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회의 동의를 못받은 상태로 심평원이 강행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P교수는 "뇌졸중학회와 심장학회가 적정성평가에 반발했으나, 뇌졸중학회만 우여곡절 끝에 해결된 상황"이라며 "계속해서 학회와의 갈등이 있는 것은 학회의 문제라기 보다는 심평원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심평원에서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학회와 상의는 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제대로된 상의가 이뤄졌는지 잘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심평원이 제대로된 평가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심평원의 태도를 바꾸고, 학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교수는 "평가는 해야 되지만, 지금처럼 심평원의 강압적 태도로 평가진도가 안나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심평원이 평가를 위해서는 교수집단으로 구성된 학회와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평위에 참석 할 때마다 회의감을 느꼈다. 앞으로도 중평위에 참석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김병옥 보험이사 "심평원 강압적인 태도" 비판
김병옥 심장학회 보험이사 또한 심평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김 이사는 "심평원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진행하고 나서 어디까지 합의가 됐고, 합의가 안된 부분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회의록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심평원측에서는 그때 그때 다른 이유를 대며 회의록 전달을 거부하며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 5년동안 평가를 진행해 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장학회는 평가에 대해 개선점을 수차례 언급했지만, 심평원측은 이미 하고 있는 평가를 하고 나서 결과가 나온 후에 반영하겠다는 말만 전하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료제출에 있어서도 심평원의 압박적인 태도가 지적됐다. 지난 4월에 허혈성심질환 적정성평가를 거부하면서 의료기관 중 50%의 기관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5월에 10일간의 기간을 연장해 75%의 의료기관이 자료를 제출했으며, 현재 25%의 의료기관이 미제출 기관으로 남은 상태다.
김 이사는 "심평원은 자료제출은 하지 않은 A병원을 압박할 때, 경쟁상대인 B병원을 언급하며 자료제출 할 수밖에 없게 했다"며 "또 다른 병원에는 불리한 부분이나 약점을 언급하며 자료제출을 하도록 압박을 하다보니, 75%의 의료기관이 제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방식 그대로 평가를 진행해서는 안되다"며 "심평원이 태도를 바꾸고 진료의 질 개선을 위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