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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제작한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안내서’ 봤더니…
언론사 관리자 날짜 2014.08.07


민감한 신체부위 진료시 필요성 설명하고 동의 구해야…“의사를 왜 이성으로 생각하나”란 말 불쾌감만 일으켜

[라포르시안]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제 옷을 들어 올리고 가슴에 청진기를 대서 깜짝 놀랐습니다."

"환자가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진료할 때는 사전에 환자에게 청진 및 촉진 부위와 그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진료 과정의 성희롱 예방 및 구제사업의 하나로 제작 중인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안내서'에 수록된 내용 중 일부분이다. 

이 안내서는 진료과정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성희롱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판단 기준, 성희롱 구제기관과 절차 안내, 진료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자주 호소하는 사례와 그 예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권익위는 안내서를 각급 의료기관 등에 배부해 의료인과 환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안내서를 보면 진료 때 불필요하게 가슴을 만지는 등 성적 접촉,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거나 음란한 사진 또는 그림을 보여주는 행위, 불필요한 성적 표현 및 농담 등의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한다. 

권익위는 "의료진은 환자의 두려움이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가벼운 농담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환자가 성적 표현이나 농담에 인해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신체 부위를 진료할 때는 환자의 인격을 존중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신체에 대한 개인적인 평을 덧붙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내서는 성희롱과 진료행위의 경계가 모호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의료진의 행동요령도 제시하고 있다. 

진료 때 협진 등의 목적으로 이성 의료진이 동석하는 경우 반드시 환자에게 그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게 좋다면서 '우리는 의료인일 뿐인데 왜 이성으로 생각하느냐' 등의 반응을 보일 경우 환자의 불쾌감이 더욱 가중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의대생 등이 진료과정을 참관할 때에도 반드시 사전에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권익위는 "특히 환자의 동의에 따라 학생, 실습생, 수련의 등이 동석하는 경우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참여하도록 하고 환자의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인권을 존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는데 임신한 것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거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성관계에 대해서까지 물어보는 거예요" 

응급실처럼 공개된 진료장소에서 성적 사생활에 대한 질문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권익위는 "성적 사생활에 대한 질문은 진료 목적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성적 굴욕이나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특히 제3자가 보거나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성적 사생활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것은 환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권익위가 지난해 성인 여성 1,000명을 상대로 진료과정의 의료인(의료기사 포함)에 대한 성희롱 경험을 조사한 결과, 11.8%가 진료 때 성적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반면 의료진은 실제로 진료시 성희롱이 발생하기 보다는 진료상 필요한 언동이 오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해 성희롱에 대한 양측의 인식차를 확인했다.
[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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