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가능했거나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 연간 9만명을 넘는다

질병관리본부 분석 결과, ‘회피가능 사망’ 연간 사망자의 35% 달해…치료·예방가능 사망 줄이는 보건의료정책 필요

[라포르시안]  한 국가, 혹은 특정 지역사회의 건강불평등의 수준을 가늠해 볼 때 '회피가능 사망'(Avoidable Mortality) 지표를 본다. 

회피가능 사망은 효과적인 보건정책 및 의료서비스를 통해 예방하거나 피할 수 있는 사망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흡연이나 위험음주와 같은 건강위험요인을 적절히 관리하거나 자살 및 사고예방, 예방접종 등의 공중보건정책 등을 통해서 '예방 가능한' 죽음, 그리고 조기검진이나 적절한 치료 등과 같은 의료서비스 이용을 통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 여기에 속한다. 

회피가능 사망의 지표는 보건의료 정책 수립에 반영해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사망 중에서 약 35%가 예방하거나 피할 수 있는 회피가능 사망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9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라는 분석이다.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만성질환관리과는 최근 '우리나라 사망원인통계를 이용한 사망 분석'(서성효, 정율원, 김영택)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통계청에서 2012년 5월에 새로 제시한 회피가능 사망원인 분류표를 적용하고, 통계청의 '2000-2014년 사망원인통계' 원시자료를 활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전체 사망 26만7,659명 중에서 9만3,314명(34.9%)이 회피가능 사망으로 조사됐다. 2000년의 회피가능 사망률 46.1%(24만6,147명 중에서 11만3,459명)에 비해 약 11.2%p 감소했다. 

연령 표준화 회피가능 사망률은 2014년에 인구 10만명당 183.8명으로, 2000년의 339.3명에서 46%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으로 회피가능 사망 중 치료가능 사망은 26만7,650명 중 3만2,483명으로 전체 사망의 12.1%에, 예방가능 사망은 26만7,650명 중 7만5,293명으로 28.1%에 달했다. 

연령 표준화 치료가능 사망률은 2000년 10만명당 141.4명에서 2014년 64.0명으로 약 54% 감소했다. 연령 표준화 예방가능 사망률은 2000년 241.6명에서 2014년에는 148.3명으로 39% 줄었다.  

성별로 회피가능 사망률을 보면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더 높았다.  

2014년 기준 남자의 전체 사망 중 회피가능 사망은 44.3%이며, 여자는 23.4%로 남자가 여자에 비해 높았고, 남자(56.8%)와 여자(32.8%) 모두 2000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령 표준화 회피가능 사망률은 2014년 기준 남자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272.3명, 여자는 104.2명으로 2000년에 비해 남자(511.7명)와 여자(197.0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분류별 회피가능 사망률 추이를 보면 손상을 제외한 질병에서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2000년에는 암 다음으로 회피가능 사망률이 높았던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회피가능 사망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손상으로 인한 회피가능 사망은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추이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회피가능 사망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잉글랜드 웨일즈(England and Wales)의 결과와 비교햇을 때, 우리나라의 회피가능 사망 구성비는 35.9%로 잉글랜드 웨일즈의 22.6%에 비해 높았고, 특히 예방가능사망의 구성비는 28.1%로 잉글랜드 웨일즈의 19.0%에 비해 약 9%p 더 높았다. 

이런 비교 결과는 질병 예방 정책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더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예방서비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효과적인 보건의료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반면 치료가능사망에 대한 구성비는 우리나라는 12.1%, 잉글랜드 웨일즈는 10.5%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회피가능 사망률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중 치료가능사망, 예방가능사망 모두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남녀의 간극이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 남자가 여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남성이 여성에 비해 건강관리 및 손상에 대한 취약점이 높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질병분류별 결과에서는 대부분의 질환분류에서 회피가능 사망이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손상의 경우 감소 추이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며 "회피가능 사망 분류기준에서 손상은 대부분 예방가능사망으로 분류되므로 손상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중재 및 정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영호 연구위원이 지난 2014년에 통계청의 '2010년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활용해 회피가능 사망률을 산출한 적이 있다. 

당시 분석 결과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사망자 중 치료나 예방을 통해 회피가능한 사망은 38.8%였다. 

회피가능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04.4명이며, 이 중에서 치료가능 사망률은 75.5명, 예방가능 사망률은 150.4명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