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담을 의료기관 개설자들에게 강제한 제도 운영방안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이어져 의료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불제는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로 배상책임을 지는 의사의 재정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한 것으로, 보건의료 개설자가 지급 받는 요양급여의 일부로 이를 충당하는 수단 또한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의료계는 사유를 불문하고 이 같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의료사고를 야기한 사람과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사람이 달라져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지난 3일 박 아무개 원장 등 의사 7명이 손해배상금 대불시행 및 운영방안 공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의사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해 우선 조정중재원이 미지급된 손해배상액을 대불하고, 나중에 배상책임이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돌려 받는 제도다.
중재원은 시행 첫 해 이에 필요한 목표액을 34억9000만원으로 정하고 보건의료기관별 부담금을 다르게 설정해 총 30억500만원을 거둬들였다.
재판부는 "의료기관 개설자라면 누구나 의료사고 발생과 경제사정 악화의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대불제도는 모든 개설자 사이에서 이러한 위험을 분산시키고, 사고 발생 후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기관 자체의 운영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부담액은 제도 시행 초기 재원마련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부담토록 하고, 이후 결손부분에 한해 비용을 내는 것이므로 최소침해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와 의료기관 개설자의 경제적 위험을 분산시켜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공익은 의료기관 개설자의 재산권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며 중재원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행정법원 제5부는 지난달 27일 의사 30명이 중재원을 상대로 낸 같은 소송에서도 "갑작스런 손배금 지출로 경영난에 처할 수 있는 위험을 분산시키는 궁극적 이익은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돌아간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