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제작된 질낮은 동영상 강의일뿐이다.',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독창적인 강의다.'
동아ST(구 동아제약)로부터 동영상 강의료 명목으로 3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89명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측과 변호인측이 자체적으로 편집한 동영상 강연이 11일 시연됐다.
검찰은 동영상 시연을 통해 동영상이 리베이트 명목으로 만든 질낮은 강의동영상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반면 변호인측은 의사들이 질높은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든 수준높은 강의동영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아ST 관련 재판에서 몇차례 동영상 강의가 시연된 적은 있지만 검찰과 변호인측이 자체 편집한 동영상을 동시에 시연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선공은 검찰이 시작했다.
검찰은 1시간 30분동안 편집된 동영상강의를 통해 의사들이 컨설팅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그대로', '읽는 수준'으로 제작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날 검찰은 컨설팅업체가 제공한 강의자료들과 의사들의 동영상들이 한마디도 다르지 않다는 증거 동영상들을 동영상 강의를 통해 제시했다.
특히 일부 동영상의 경우 주변 소음이 그대로 담겨있거나 강의자료와 강의내용이 일치하지 않았다. 검찰은 "주변 소음이 섞여있고 강의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데도 보정하지 않는 등 질높은 동영상 강의를 만들겠다는 의도조차 없다"며 리베이트성 동영상 강의라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측의 반격도 거셌다.
변호인측은 강연에 나선 의사들이 자신의 노하우와 견해를 담아 독창적인 컨텐츠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각했다.
변호인측이 제시한 동영상에서 의사들은 대부분 컨설팅업체가 제시한 자료가 아닌 독자적인 자료를 사용했으며 관련 자료와 그래픽·그림 자료들을 자체적으로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일부 의사들은 관련 자료들에 대한 저작권 표시를 명시하는 등 독창적인 컨텐츠를 만든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점을 제시했다.
일부 의사들의 경우 촬영이 마음에 들지 않자 재촬영을 요구했던 점도 증거로 제시됐다. 검찰측의 증언대로 동영상 강의가 리베이트를 받기 위한 명분이었다면 굳이 재촬영을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인 셈이다.
이날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측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동영상에 최대의 관심이 쏟아졌다.
재판부는 검찰에 동영상 시연시간으로 1시간 30분을 보장했다. 검찰은 고지혈증과 고혈압, 당뇨 관련 동영상을 30분씩 1시간30분 동안 시연했다. 변호인측은 기소된 의사들의 수가 89명에 달해 변호인별로 각 5분씩 편집된 동영상을 시연했다.
이중 피고인 89명 가운데 30명의 변호를 맡은 장성환 의협 법제이사(법무법인 청파)는 동영상 강연시간을 변호인들 가운데 가장 많은 1시간을 할애받아 이날 공판이 '검찰 VS 장성환 변호사' 구도로 흘렀다.
재판부는 9월 22일 최종변론을 마치고 2015년 1월 26일 선고를 내리겠다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