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상대 6년 소송...'절반의 승리'

▲ 2011년 6월 13일 의협 동아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원장이 자신이 경험한 실사와 이후의 소송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한 K원장이 4년간의 긴 시간 동안 승소하며 누명을 벗었지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에서는 2년간 공방 끝에 결국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1월 6일 현지조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K원장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심평원과 복지부의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2007년 8월부터 법정싸움 돌입...행정소송 이어 민사소송 진행

사건은 2007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K원장은 서울 도봉구에서 3년째 K의원을 운영해왔다. 간호조무사인 최모씨와 불화를 겪으면서 시작됐다. 최 씨는 다단계 업체의 물품을 환자들에게 판매하다 K원장으로 부터 꾸중을 듣고 결국 퇴사했다.

최모씨는 이후 K원장을 부당청구 의사로 복지부에 신고했다. 내부고발 접수로 현지조사가 착수됐고, 심평원 실사팀은 서면수납대장 원본을 요구했다. 이에 K 원장은 원본 제출을 거부하고, 복사본으로 가져가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심평원 실사팀은 직원 명의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실사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다.

K원장은 불법적인 실사기간 연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3년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진료비 부당청구를 시인한다는 내용의 자료에 끝내 서명을 거부했다. K원장은 환수처분과 의사면허정지, 영업정지를 한꺼번에 통보받았다.

K원장은 누명을 벗기 위해 병원 문을 닫고, 복지부와 심평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기나긴 법정싸움에 돌입했다.

결국 2009년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실사 자료제출 거부와 관련해 "심평원 직원이 임의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실사기간을 36개월로 연장한 것에 대해 K원장이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선고했다.

2심 재판부와 대법원 또한 K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서울행정법원도 복지부의 업무정지, 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무려 4년간 소송을 벌인 끝에 복지부의 모든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얻어낸 것이다.

당시 K원장은 "신고만 하면 진실을 파악해보지도 않고 억울한 실사자들을 양산해내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진행한 소송"이라고 전했다.

이후 K원장은 현지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협박·부당 실사를 한 복지부·심평원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2012년 12월 부터 진행했다. 그러나 민사소송에서는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으며, 상고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민사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현지조사를 진행한 심평원 실사팀에 대해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심평원 및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복지부 소속직원의 불법행위 책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K원장 "기존 대법원 판례 이용한 판결, 너무나 비상식적"

재판부는 "행정소송에서 K원장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은 심평원의 자료제출 요구가 결과적으로 현행 규정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어서, 원고가 이를 거부한 것이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불과한 것"이라며 "(행정소송 결과)자료제출 요구 자체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K원장에 대한 행정처분이 행정소송을 통해 취소됐다 하더라도, 처분 담당 공무원에게 고의, 과실이 있다거나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K원장은 <의협신문>과 통화에서 "1심에서 법원은 실사과정에서의 위법이 어느정도 인정은 되지만, 실사를 진행한 공무원의 심각하고 고의적인 위법이 있어야만 공무원에 의한 배상을 시킬 수 있다고 판결하며 청구를 기각했다"고 말했다.

행정처분이 취소됐더라도 담당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단정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가 너무나 비상식적이여서,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현지조사가 위법하고 불법적이었다는 근거를 가지고 2심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원장은 "1심에서 인용한 대법원 판례를 깨뜨리기 위해 2심을 했는데도 결국 재판부는 1심과 같은 시각으로 결과를 내리고 패소했다"고  털어놨다.

2심패소 이후 상고를 포기한 이유도 언급했다. 그는 "1심과 2심의 결론이 같을 뿐아니라, 대법원에서는 배상액이 4억 미만인 항고는 90%가 기각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같은 판례가 또 다시 대법원에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포기했던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6년간의 소송을 진행했으나,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며 "그동안 소송을 진행한 나 역시 패소했는데 어느 누군가가 대신 싸워려 하겠는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