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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법원 “순천향대 병원, 노조 와해 불법행위 배상해야”…또다시 등장한 심종두 노무사
언론사 관리자 날짜 2015.11.02

법원 “순천향대 병원, 노조 와해 불법행위 배상해야”…또다시 등장한 심종두 노무사

복수노조 제도 악용해 ‘노조 갈아타기’ 압박…조합원 탈퇴 강요에 창조컨설팅서 자문 역할

[라포르시안]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자 이를 악용해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고 조합원의 탈퇴를 유도한 대학병원 관계자와 노무사에게 노조 측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특히 이번 손해배상 판결의 피고 중 한명인 노무사는 그동안 병원계에서 '노조파괴 전문가'로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김한성 부장판사)는 28일 순천향대중앙의료원 노조가 정희연 전 의료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의료원 관계자  12명과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순천향대중앙의료원 노조가 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손배 청구소송은 지난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된 것이 단초가 됐다. 

당초 의료원에는 산하 4개 병원에 각각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노조가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0년 2월 취임한 정희연 전 의료원장이 같은 해 3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총 38회에 걸쳐 산하 병원의 사무처장, 수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의료원 노조의 활동과 동향 파악을 비롯해 신설노조 설립 및 과반수 조합원 가입 방안 등의 대책을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의료원은 창조컨설팅(대표 심종두)과 인사노무 및 경영자문 계약을 맺고, 심종두 노무사가 회의에 참석해 신설노조 설립 및 의료원 노조 조합원들의 탈퇴 방안에 대한 자문을 했다.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의료원 산하 4개 병원 중 3곳에 신설 노조가 설립됐다.

의료원 산하 3개 병원에 신설 노조가 설립된 이후 의료원 측은 각 병원의 수간호사, 계장, 팀장 등 중간관리자들을 통해 직원들에게 "기존 노조를 탈퇴하고 신설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기존 노조 와해 작업을 벌였다. 

의료원 경영진 차원의 노조 와해 작업이 진행되면서 의료원 노조의 조합원 수는 2011년 4월 2,353명에서 같은 해 7월에는 484명으로, 그리고 8월에는 399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복수노조 허용 이후 신설된 노조의 조합원 수는 2011년 7월 산하 3개 병원에서 총 30명 불과했지만 한달 뒤인 8월에는 1,616명으로 늘었다. 

조합원 수가 급감한 의료원 노조는 하나의 사업장에 두개 이상의 노조가 있을 경우 단체교섭에 있어 그 창구를 단일화하고, 교섭대표가 된 노조에게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한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단체교섭권을 잃게 됐다. 

단체교섭권은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 신설 노조 측에 돌아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료원 노조는 정희연 전 의료원장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 12명과 심종두 노무사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조합원 수 감소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정희연 전 의료원장 등은 "기존 노조의 설립 및 대표자 선출 당시 조합원들의 의견을 적절히 수렴하지 못해 다수 조합원들의 불만이 있었고, 이에 따라 근로자들이 신설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한 것"이라며 "기존 노조의 조합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을
뿐 부당노동행위로 조합원 수가 줄어든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의료원 기존 노조의 조합원 중 70% 가량은 간호사이고, 수간호사는 소속 평간호사의 3교대 근무스케줄을 관리하고 인사고과를 평가할 권한이 있어 평간호사의 근무여건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피고인 K씨와 L씨 등을 비롯한 의료원 수간호사들은 간호부장과 간호과장 등 상급자로부터 지시를 받고 평간호사들에게 노조 탈퇴 및 신설노조 가입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의료원 기존 노조와 소속 조합원 사이의 갈등이 조합원 감소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정희연 전 의료원장 등의 개입을 고려하지 않고는 근로자들이 단기간에 집단적으로 기존 노조를 탈퇴하고 신설노조에 가입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피고들의 불법행위와 기존 노조의 조합원 감소에 따른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에 근거해 재판부는 정희연 전 의료원장 등 13명이 공동으로 의료원 노조측에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 2005년 병원노사 산별교섭장에서 보건노조의 항의를 받고 퇴장하는 심종두 노무사.
'병원노조 파괴 전문가'로 악명 떨친 심종두 노무사 

한편 순천향대중앙의료원 측이 노조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과정에 법적자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심종두 노무사는 병원 노조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노조 파괴 전문가'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심 노무사는 지난 2003년 창조노무컨설팅을 설립하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노무·노사관계 자문이나 교육을 해왔다. 

2005년 들어서는 병원 노사간 산별교섭 2년차를 맞이한 시점부터 노사 관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심 노무사는 병원 노사간 산별교섭에서 사측의 교섭대표로 참석해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샀고, 이 때문에 노사 교섭은 파행으로 얼룩졌다. 

특히 일부 사립대병원은 심 노무사에게 교섭권을 위임해 노사교섭을 파행으로 몰고갔다.  

이후에도 심 노무사의 이름은 병원 노사분규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됐고, 영남대의료원과 동아대의료원, 성애병원 등의 노조 와해 당시에도 그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9월 국회에서 열린 ‘산업현장 용역폭력 청문회’에서 당시 무소속이었던 심상정 의원은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가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이화의료원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노조는 적이다’라는 등 문제적 발언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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