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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복수의료기관 개설' 법원의 무책임한 갈짓자 판결
언론사 관리자 날짜 2016.10.24

‘복수의료기관 개설’ 법원의 무책임한 갈짓자 판결

동일 당사자·동일 쟁점에 행정소송-형사소송서 배치되는 판결…공단 “839억 환수 처분 취소 위기”


[라포르시안] 법원이 복수의료기관 개설 관련한 동일한 사안을 놓고 오락가락 판결을 내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 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건보공단은 이 조항을 근거로 정상적인 의료행위가 이뤄졌더라도 네트워크 병원 등에 대한 보험급여 지급을 중단하고 환수 조치를 해왔다.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3일 "네트워크 병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한다. 네트워크 병원이 환자를 진료해 건보공단에서 받은 급여비는 환수대상이 아니다"고 판단,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문제는 이 판결이 앞서 서울고법이 동일인의 동일 쟁점 사안에 내린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서울고법은 지난 2014년 12월 동일인의 동일 쟁점에 대해서 "의료법제33조 제8항(복수의료기관 개설)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행위는 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며 "지급된 요양급여는 부당이득 징수 사유에 해당되고, 건보공단에서 아직 지급 되지 않은 비용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게다가 서울고법의 이 판결은 지난 2012년 1월 대법원의 '의료법을 위반해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를 행해졌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청구 할 수 없다'는 판결(선고 2011두21669)과도 충돌한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은 "앞서 서울고법은 ‘형사처벌되지 않는 의료법 제4조 제2항 위반의 경우에 대해 환수대상’이라는 판결을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의료법 제4조 제2항 위반에 더해 같은 법 제33조 제8항까지 위반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은 사안임에도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고, 부당이득으로 환수해서는 안된다는 엇갈린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형사처벌 규정도 없는 더 가벼운 사안에 대해서는 비용환수가 적법하고, 더 중한 사안에 대해서는 비용환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문제는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국감에서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및 서울고법 판결과 정반대의 결론으로, 같은 법원에서 판사에 따라 모순된 내용을 선고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원의 엇갈린 판결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공단이 복수의료기관 개설로 환수한 800억원이 넘는 금액이 결정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으로 복수의료기관 개설 환수결정 금액은 전부 56개 기관에 839억원에 달한다. 공단은 이 중에서 207억원(징수율 24.7%)을 환수한 상태다. 
 
건보공단은 "서울고법이 사실심에서 최고법원임에도 상급심과 동일 사건 당사자에 대한 모순된 판결로, 현재 진행 중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대한 위헌소원과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다른 사무장병원 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특히 복수의료기관 개설로 환수 결정한 839억원이 결정 취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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