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만 5개의 요양병원을 차려 문어발식 경영을 해온 비의료인이 의료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풀려나게 됐다.
고용된 바지원장들은 각각 수십억원에 달하는 환수처분을 받고 일부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법적 책임을 덜어낸 사무장의 행보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최근 자격 없이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한 정 아무개씨가 기소된 사건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3년간 형 집행을 유예했다.
병상수 100개 이상 요양병원 운영이 가능한 곳을 물색해온 정씨는 2007년부터 서울 동작·영등포·강동·송파 등 5곳에 순차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바지원장을 세워 6년여에 걸쳐 병원을 운영했다.
각 병원에 고용된 의사들은 매월 1200~1500만원을 받고 근무하면서 한 주간 입퇴원 환자수와 재원 환자수, 과별 주간 실시사항 등을 정씨에게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원장 명의로 대출 받은 금액을 투자자들에게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하거나 자금이 부족한 병원으로 보내기도 했다.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처벌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10개월이 넘는 구금생활을 통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급여 지급, 운영비 등으로 정씨가 실질적으로 얻은 수익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병원들이 적정성 평가에서 상위등급 판정을 받은 데다, 불법 개설 병원들 중 개설자인 의사가 환수처분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행정소송 중인 A병원을 제외한 병원은 모두 폐업한 점 등을 보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며 사무장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1심 법원은 정씨가 친인척까지 동원해 주요 행정직에 배치하면서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한 점을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하고, 나머지 의료인들에게는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