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과정에서 무정자증을 진단 받은 6대 독자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통상적 부작용이 아니라면 의료진이 이를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1심 재판부는 항암제 '시타라빈'이 정자를 만드는 조직인 성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약품 정보를 들어 위자료 등 2500만원 배상을 주문했다. 그러나 해당 약품 설명서에 언급된 부작용에 무정자증은 나와 있지 않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민사부는 최근 무정자증을 진단 받은 30대 중반의 환자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2008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A씨는 관해유도 치료과정에서 시타라빈, 나베도스 등을 투여 받았다. 공고요법까지 끝나자, 의료진은 백혈병 완치와 장기 생존을 위해 골수이식을 결정했다.
A씨는 골수이식 전 정자보관 등을 위해 비뇨기과 검사를 받다가 자신이 무정자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술은 무사히 이뤄져 한 달 후 퇴원했다. 그러자 "관해유도 치료 시작 전 항암치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생식기능장애에 관한 설명을 하지 않아 가임력을 상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해당 약들이 무정자증을 발생시키는지 여부를 집중 검증했다.
그 결과 대한약사회 홈페이지 의약품 정보에 시타라빈 등의 사용상 주의사항으로 '성선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다'고 언급된 사실 만으로는 무정자증을 부작용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약품의 부작용에 관해 가장 고도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제조업자가 제공하는 시타라빈 등의 약품 설명서에 그 부작용으로 무정자증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해리슨 내과학 등에 따르면 시타라빈 같은 비알칼리 약제는 일반적으로 무정자증으로 무관한 것이어서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료진이 환자에게 시타라빈 등을 투여함에 있어 무정자증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