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청구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의사에 다소 불리한 계산법이 적용됐더라도, 기준이 명백히 불합리하지 않다면 처분청의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검진비 청구 관련 규칙을 어겨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이 의사는 비율 산정법을 문제 삼아 1심에서 승소했다가 항소심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최근 안양시 개원의 박 아무개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1개월의 정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을 하면서 2차 검진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평가도구 서면으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기초로 검진비용을 청구해 지난해 복지부로부터 거짓 진료비 청구로 인한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통보받았다.

문제는 기간을 정하는 과정이었다. 복지부는 2차 검진 청구비용 전부를 거짓청구로 책정해서 금액을 높이고, 반대로 급여총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비용만을 분모로 계산해 비율을 산정했다.

거짓청구 비율은 진료급여비용총액을 총 거짓청구금액으로 나눈 수치에 100%를 곱해서 정해지는데, 여기서 총액이 아닌 문제가 된 급여비용만 분모로 계산해 비율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의료관계규칙은 복지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으로 해당 처분을 함에 있어 적용된 허위청구비율 산정 방식이 반드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건강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 의료급여, 자동차보험 등 각 영역별로 급여비나 수가의 적정 여부에 대한 심사 절차가 다른 만큼, 진료영역별로 구분해 허위청부 비율을 산정해온 실무관행이 규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단 산정기간에 있어서는 특별히 부당청구를 한 기간으로 한정하지 않고, 조사대상이 된 기간 전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상의 방법으로 다시 산정하더라도 자격정지기간에는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