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을 호소하는 여성환자를 촉진한다며 4차례에 걸쳐 가슴과 음부 등을 만진 인턴에게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응급실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20대 초반 환자에게 담요를 가져다 주면서 속옷 안으로 손을 넣고, 팔과 얼굴을 주무르듯이 만지며 사적인 질문을 던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가 인정된 사례다.
울산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최근 의사 A씨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주문한 원심을 유지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4월 부산 소재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 B(23)씨의 가슴, 겨드랑이, 옆구리, 종아리, 음부 등에 손을 접촉했다.
또 B씨의 얼굴과 목 등을 만지며 "어디 가는 길이냐"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외롭지 않느냐" "접수할 때 전화번호를 불러줬느냐" "나중에 잘 나았는지 전화할테니 받아라" 등 수차례 말을 걸기도 했다.
당시 A씨는 모 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근무한지 2개월에 접어들던 시기였다. 수치심을 느낀 환자가 A씨를 고소해 병원을 떠나게 되자, 이후 같은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증거판단을 기록에 대조해 면밀히 살펴보면 피해자의 진술과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 반면 A씨 주장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진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을 일으킨 다음 피해자의 심적 상태를 이용해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A씨가 통상적인 의사들의 경우보다 더 자주, 장시간 동안 광범위한 부위에 걸쳐 신체를 진찰한 점과 B씨가 추행을 당했다는 생각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던 점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