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의약품 리베이트 처벌한다고 없어질까
입력시간 | 2014.07.02 08:11 | 천승현 기자 sh1000@
[이경권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대표] 최근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회사방침과 다르게 개인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경우에도 해당 약품의 급여정지나 급여삭제를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것 같다.
리베이트는 그 역사가 깊다. 외국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도 1963년 의료보험법이 제정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당시에는 제약회사나 제약도매상들이 정상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방식이 선호되었는데, 언론은 이를 ‘난매(亂賣)라고 불렀다.
이와 같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료계에서 존재해 왔던 리베이트는 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을 넘어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행위일까?
우리는 대형마트에 가면 ‘1+1 상품’에 쉽게 손이 간다. 특정 상품에 다른 사은품을 얹어주는 꾸러미 상품에도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이런 상품을 구입할 때 제조회사나 판매자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째서 의료계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일까? 리베이트는 제공자와 수급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즉 재화나 서비스의 제공자는 안정적 거래관계를 확보한다는 점, 많은 구매물량을 주문함으로써 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익이 된다. 소비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 되므로 거래에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편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의료계의 경우는 다르다. 의약품의 예를 들면 최종소비자인 환자들에게 리베이트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에게 리베이트가 제공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이들은 제조업자도 판매업자도, 소비자도 아니면서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구조가 가능한 것은 의사들이 특별히 뛰어나서도 아니고 단지 현행 법령이 의사에게 전문의약품의 처방권을 독점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토론회에서 한 의과대학교수가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놀라운 발언을 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과연 의사는 당연히 리베이트를 받을 권리가 있는가? 현행 약사법이 개정되어 성분명 처방이 이뤄지면 약사는 당연히 리베이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아도 될까? 약제비 지출의 증가에도 리베이트가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시각에 일조한다.
이러한 리베이트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첫 번째 해법은 약의 선택권을 어느 정도 환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의사의 영역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영역에서 환자에게 약을 선택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음성적이지 않은 영역 소위 ‘safe harbor‘를 정비하여 합법적으로 의료인의 학문발전이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행위는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의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무조건 처벌한다고 리베이트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지금껏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지 않은가? 모두가 한 발 양보해서 전과자를 양산하고, 행정처분을 남발하고, 공익제보자라는 명목의 포상금 사냥꾼들을 만들어 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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