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저작권법 하에서 유사 게임 분쟁에 대처하는 법 - 김정현 변호사]

최근 모바일 게임 <팜히어로 사가(FarmHero Saga)>의 개발사인 킹닷컴(King.com)이 카카오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모바일 게임 <포레스트 매니아>를 퍼블리싱 중인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에 대한 상고심 소부 공개 변론이 대법원에서 열렸다.

이 사건은 소 제기 당시부터 모바일 게임 분야뿐 아니라 게임 산업 전반에 큰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다. 대법원에서도 특별소송실무연구회에서 이 쟁점으로 세미나를 열 정도로 해당 사건에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었다.

게임 산업의 발전에 따른 저작권 분쟁의 급증

사실 게임 업계에서의 표절 논란과 그로 인한 법적 분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대한민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 점유율은 세계 4위(약 8.2%)로 뛰어올랐고, 수많은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에 참여하면서 유사 게임 간 분쟁도 급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분쟁에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거나 양 당사자가 분쟁을 종료하는 것으로 합의하여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통상 이러한 유사 게임 분쟁이 제기된 경우 양 게임의 화면이 상당히 유사한 듯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곧바로 게임 개발 산업이 현행 저작권법 하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저작권법은 ｢아이디어｣를 보호하지 않는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라고 한다. 즉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 저작물은 사상 또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이를 ‘표현’한 창작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게임에서도 추상적인 게임 장르, 게임의 배경, 전개방식, 규칙, 단계변화와 같은 ‘기획 단계에서의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법이 보호해주지 않으며 이것이 구체화되어 게임상의 표현으로 드러나야 한다. 이러한 논리로 그동안 유사 게임 분쟁에서는 유사 부분이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판단되어 저작권 침해가 부정되어 왔다. 이는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재확인한 바이기도 하다.

아이디어 역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공감하는 바이다. 그런데 최대 70년의 보호기간을 갖는 저작권법이 아이디어의 영역까지 법으로 보호한다면, 아마 자동차 레이싱 게임은 이 세상에 한 종류의 유형만 존재할지 모르며, 이 사건과 같은 매치-3-게임 역시 맨 처음 고안해낸 자만이 배타적 권리를 가질지도 모른다.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이 확보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힘들게 개발한 내 게임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구성 요소별 특징에 맞는 권리화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게임 내에서 구현되는 기술적 특징을 추출해 낸다. 이것이 기존 게임에는 없던 차별적 요소에 해당한다면 특허 등록을 통해 강력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세가(Sega)사가 더 심슨 로드레이지를 상대로 크레이지 택시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여 약 67억원으로 합의를 종결한바 있는데, 이는 <레이싱 게임에서 앞으로 이동시 화살표로 미리 알려주는 기능>이 특허로 인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게임 내 차별적 요소를 특허로 보호받은 좋은 예이다.

이에 더하여 게임 아이콘 등 그래픽 이미지에 대해서는 디자인보호법의 부분디자인 등록을 통해, 게임의 전체적인 표현 방식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저작권법의 경우 등록이 없어도 권리가 발생하지만 등록하는 경우 등록저작물의 저작자로 추정될 뿐 아니라 등록된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침해행위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침해소송에서 그 입증이 유리하게 되므로 저작권 등록을 해 두는 것도 좋다.

나아가 자신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구축한 성과물’인 게임을 타 게임사가 무단으로 이용한 것이므로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에 반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현행 저작권법 하에서 대부분의 경우 게임사들은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보호를 꾀하여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해당 조항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1심 법원과 2심 법원이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반드시 필요한 주장이지만 이 조항만으로 완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이는 맞춤형 지식재산권 설계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마치며

모바일 게임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최근 중국에서 발생하는 게임 표절에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게임 개발을 위해 투입한 수많은 노력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유사 게임 분쟁을 특정 게임사의 도덕성 문제 및 현행 저작권법의 한계로만 판단할 일은 아니다.

이번 소송은 게임 업계의 게임 개발 관행과 실무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쟁점으로서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게임 산업에 큰 파급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통해 부디 게임 산업 관계자들이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자신들의 컨텐츠에 맞는 올바른 지식재산권 설계를 통해 자신들이 개발을 위해 투입했던 유･무형의 노력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