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알아두어야 할 보험 관련 지식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이번 칼럼에서는 당 법무법인에서 보험자를 대리하여 실제 소송 수행한 사례를 각색하여 의료사고 관련 배상책임보험이나 공제(이하에서는 보험만을 전제로 기술하나, 공제의 경우에도 같다)에 가입한 의료인들이 유의하여야 할 ‘통지의무’에 관해서 살펴본다.

A의사는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면서 환자에게 전신마취 하 내시경적 부비동 수술을 하였는데, 수술 중 과실로 환자에게 복시 및 안와내골절 등이 발생하였다.

A의사는 환자가 본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려고 한다면서 이를 의원이 가입한 보험자에게 알렸다. 이에 보험자는 환자와의 협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 합의를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환자가 생각한 금액보다 현저히 적은 금액이었기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환자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A의사는 소장부본을 송달받고도 응소하지 않았다. 이에 환자가 청구한 금액 전부가 인용되는 무변론 판결이 선고되고 말았다.

A의사는 환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판결금액을 본인에게 보험금으로 지급하라고 보험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해당 보험의 약관에는 ① 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이를 보험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 ② 환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받은 경우 이를 보험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 ③ 소 제기 등을 당한 경우 이를 보험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 기재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사항에 대한 통지를 게을리하여 손해가 증가된 경우 그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한 법률의 규정으로는 상법 제657조와 상법 제722조를 들 수 있다. 상법 제657조는 보험사고의 발생을 통지할 의무와 이를 해태할 경우 증가된 손해에 관한 보험자의 보상책임이 없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으며, 상법 제722조는 제3자로부터 배상청구를 받은 경우에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게을리한 경우 보험자는 그 증가된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없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법 제722조는 상법 제657조의 보험사고 발생을 통지할 의무를 이행한 경우에는 배상청구를 받은 사실의 통지를 게을리하여 손해가 증가된 경우에도 증가된 손해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보험 약관은 위 3가지 사실을 모두 알려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상법의 규정에 비해 피보험자(A의사)에게 보다 확대된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피보험자에게 사전에 설명이 이루어졌어야 하는지 여부 및 실제로 이러한 설명이 이루어졌는지 여부가 문제 될 수 있을 것이나, 이 부분은 소송상 다투어지지 않은 채 조정에 회부되어 조정기일이 진행되었다.

A의사 측에서는 소 제기 전 손해배상청구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알린 것도 통지의무를 충분히 이행한 것이라고 다투었고, 보험자는 소 제기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적절한 응소가 어렵고, 실제로도 A의사가 응소하지 않아 과도한 손해배상액을 인정한 무변론 판결이 선고되었으므로 통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당연한 것이지만, ‘증가된 손해’를 얼마로 보아야 하는가도 논의되었다.

손해배상에 관하여 법적 지식이 없고, 본인의 과실로 발생하였다고 생각되는 의료사고로 영구장해를 입은 환자를 보고 있는 A의사와 같은 입장에서는 응당 환자의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가동연한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하여 산정한 금액에 후유장해진단서상의 노동능력상실률을 곱한 것이 일실수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채 환자가 적절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다툴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 쉽다.

그러나 환자가 회사에서 받고 있는 금액 전부가 손해배상액 산정을 위한 기초임금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시간외근무 및 야간근무에 대한 초과근무수당으로 일정한 금액을 기본급에 가산하여 일률적으로 지급받아 왔다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금액은 사고 후의 예상소득에 포함(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36046 판결, 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다카10312 판결 참조)시켜야 하나, 지급의무의 발생이 개별 근로자의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거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소요되는 경비를 보전해 주는 실비변상적 성격을 가지는 것은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급여소득에서 제외된다(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37522 판결,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8491 판결 등 참조)는 대법원 판례 하에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특정 수당은 포함시키고, 특정 수당은 제외하는 것이 실무례인 만큼 환자와의 사이에서 진행되는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소득 관련 부분을 면밀히 다툴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의료사고에 있어서는 의료행위에 내재하는 위험성, 손해의 공평한 분담 등을 이유로 의료인의 책임을 일정부분 제한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환자 측이 청구하는 위자료 또한 판결에서 인정되는 금액에 비하여 현저히 많아 적절히 감액하여 달라고 다투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A의사가 보험자에게 소 제기 사실을 통지하고, 변호사에게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수행을 위임하여 진행하였다면, 이러한 부분을 다투어 환자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은 모두 통지의무를 게을리하여 증가된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즉,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A의사 개인의 돈으로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A의사와 보험자 간에 조정이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A의사는 환자에게 배상하여야 하는 금액의 절반 정도밖에는 보험자로부터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

보험자에게 통지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의료배상관련 보험에 가입한 의료인이라면 의료사고 발생 시 본인이 가입한 보험의 약관을 확인하여, 통지가 필요한 시점 모두에 통지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의료인 본인을 위해서도, 후유장해와 소득상실로 힘들어하는 환자를 위해서도 이로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