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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령의 특정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내리면서 근거 법령으로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를 들었다. 살피건대, 의료법이 2010. 5. 27. 법률 제10325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의사들이 의약품 판매촉진과 관련하여 직무상 부당하게 재산상 이익을 수취하는 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처럼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를 적용하여 규제를 해왔으나, 의료법이 2010. 5. 27. 법률 제10325호로 개정되면서 위와 같은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제23조의2)이 신설되었다. 피고가 문제 삼은 원고의 행위는 위 개정법 시행 이후에 일어난 일이므로, 원고의 행위에 대해서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제1 처분사유)를 적용할 수는 없고,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9호, 제23조의2(제2 처분사유)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본 것처럼 피고는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령으로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9호, 제 23조의2를 추가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처분의 근거 법령 추가를 통한 처분사유의 추가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적용법조만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행정행위의 상대방의 방어권에 부당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도 아니므로 허용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제2 처분사유만이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에 해당한다는 전제 아래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 여부에 관하여 살피기로 한다.
  2) 구 의료법 제23조의2 제1항 위반 여부
    가) ‘경제적 이익 등’을 지급받았는지 여부
      먼저 원고가 의약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받은 것이 구 의료법 제23조의2 제1항에서 말하는 ‘경제적 이익 등’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구 의료법 제23조의2 제1항 본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문으로서, 과거에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 종사자(이하 ‘의료인 등’이라 한다)가 의약품 등의 채택 ․ 처방 등과 관련하여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받는 경우 의료인을 처벌 ․ 제재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서 그 입법취지 중 하나가 의약품 등의 채택 ․ 처방 등과 관련한 일체의 경제적 이익의 수수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구 의료법 제23조의2 제1항의 의약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 등’은 의약품 대금의 반대급부로 제공되는 의약품 외에 ‘추가’로 의료인 등에게 지급되는 경제적 이익에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그와 같은 해석은 구 의료법 제23조의2 제1항의 문언적 의미에도 반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와 같이 의약 품 대금을 할인하는 형식으로 대금지급의무의 일부를 면제받는 경제적 이익도 구 의료법 제23조의2 제1항에서 정한 ‘경제적 이익 등’에 포함된다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가 수수한 경제적 이익이 부당한 것인지 여부
   살피건대, 원고가 명문제약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공급받으면 서 세금계산서 및 거래명세표에도 실제 거래된 가격을 적시하였다면 이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에서 허용되는 가격 경쟁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원고는 세금계산서 및 거래명세표에는 실제 지급한 의약품 대가보다 높은 금액을 기재하였다. 약제 ․ 치료재료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은 한약제를 제외하면 구입금액을 기초로 산정되고(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2조 제1항), 위와 같이 요양급여비용의 산정기준이 되는 구입금액 은 1차적으로 거래명세서 등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바(「약제 및 치료재료의 비용에 대한 결정기준」제3조 제3항 제1호 참조), 원고는 명문제약으로부터 납품받은 의약품의 세금계산서 및 거래명세표에 실제 구입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기재함으로써 요양급여비용을 실제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더 높게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원고는 소득세와 관련하여서도 실제로 지출한 비용보다 더 높은 금액을 약제 지출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어 세제상으로도 부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원고와 명문제약 사이의 거래 조건 중 이와 같은 할인을 납득시킬 만한 사정(예컨대 대금의 조기 지급과 같은 우호적 거래 조건 등)이 보이지 않는 이상, 원고와 명문제약 사이의 위 거래는 정당한 경쟁의 결과 이루어진 의약품 가격의 인하가 아니라 그 실질에 있어 의약품 대금을 모두 지불한 다음 대금 중 일부를 의사가 직접 판매촉진비 형식으로 돌려받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원고가 의약품을 미리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받음으로써 얻은 경제적 이익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왜곡하고, 국민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초래하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이라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16조의2 [별표 2의3]의 위법 여부
   의료법 시행규칙 제16조의2 [별표 2의3] 5,는 구 의료법 제23조 제1항 단서의 위임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바, 이에 따르면 대금결제가 거래일로부터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할인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가 제한되어 있고, 위와 같은 대금결제 조건이 만족되는 경우 외에는 할인이 허용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규정이 예외적 허용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여 모법의 위임 취지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거래명세표 및 세금계산서의 기재는 그대로 둔 채 할인된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받음으로써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받는 거래 형식이 결과적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높일 수 있어 국민건강보험재정에 부담으로 이어지는 점，② 위와 같은 할인행위가 일단 의약품에 대한 대금을 전부 지급받은 후 그 대금 중 일부를 판매촉진비 형식으로 되돌려주는 경우와 그 실질이 동일하다고 여겨지는 점，③ 의약품의 경우 최종 소비자(환자) 및 비용부 담자(환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가 의약품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 자(의료인 등)와 다르기 때문에 판매촉진을 위해 선택권자(의료인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최종 소비자 및 비용 부담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특수한 구조를 가져 그와 같은 경제적 이익 제공을 규제할 필요성이 더 큰 점，④ 의료인 등에게 경제적 이익이 제공될 경우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의약품의 선택에 관한 판단이 왜곡될 수 있어 국민보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의료법 시행규칙 제16조의2 [별표2의3] 5,가 구 의료법 제23조의2 제1항 단서 중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을 구체화하면서 비용할인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대금결제조건을 ‘대금결제시기’ 하나로 한정하고 그에 따라 허용 되는 할인범위도 엄격히 제한하였다 하여 그와 같은 규정이 모법의 위임취지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3) 재량권 일탈 ․ 남용 여부
  의료법 제66조 제1항 각호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기준은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의 행위에 적용되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9호 위반행위에 관한 처분기준은 2011. 6. 20.에서야 비로소 마련됨에 따라 원고의 행위시에는 처분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는 원고의 행위에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가 적용되어 왔다는 점을 이유로 구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제4조 [별표] 제2호 라목 35)에 따라 원고에게 2개월의 자격정지 처분 을 내렸다.
 우선, 위와 같은 처분기준의 유추적용이 정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① 행정처분의 근거가 법에 마련되었다면 설령 그에 따른 구체적인 행정처분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행정청은 법에서 정한 재량의 범위 내에서 처분할 수 있고，처분기준 마련 전까지 유사한 행위에 대한 기존의 행정처분기준을 준용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할 것인 점，② 구 의료법 제23조의2가 신설되기 전에 원고의 행위 유형에 대해 구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제4조 [별표] 제2호 라목 35)가 계속적으로 적용되어 왔었기 때문에 새로운 행정처분의 기준이 제정되기 전까지 위와 같은 처분기준에 따라 제재가 가해질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행위에 구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제4조 [별표] 제2호 라목 35)를 적용한 것을 두고 위법 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원고는 구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의하더라도 원고에게 감경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위와 같은 재산상 이익 취득 행위에 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구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제4조 [별표] 제1호 라목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검사로부터 기소유예의 처분을 받은 경우 처분의 수위를 2분의 1 범위 내에서 감경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제2호 가목 35)의 위반행위 중 의약품 판매촉진과 관련하여 직무상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한 경우는 해당 처분을 감경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원고의 행위는 위 [별표] 제2호 가목 35)의 위반행위 중 의약품 판매 촉진과 관련하여 직무상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구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의해 원고에 대한 처분을 감경할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이처럼，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당시 시행되고 있던 행정처분기준에 따른 것인 점，② 의사가 행하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의료법 등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누구든지 이에 간섭하지 못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여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의사에게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는 가장 적절한 효능을 가진 의약품을 처방하여야 할 업무상의 임무가 있는 점, ③ 제약회사 직원의 의사에 대한 판매촉진 목적 금품제공 관행으로 인한 비용은 의약품 가격의 상승을 가져와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는 등 제약회사의 의사에 대한 금품제공 관행을 없애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원 고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