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의 판단 |
□ 처분사유의 불명확 여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하는 때에는 신청내용대로 처분하는 경우, 단순․반복적인 처분을 하는 경우, 긴급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문서로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행정청으로 하여금 신중한 조사와 판단을 한 후 처분을 함에 있어 그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고, 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복신청상의 편의를 줌으로써 이해관계인의 신뢰를 보호하고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으나, 행정청이 처분을 함에 있어 의견진술절차, 청문절차 등을 거침으로써 처분의 상대방이 당해 행정처분의 구체적인 사유와 그 근거를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처분서 자체에 처분사유가 상세하게 기재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바로 그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인데, 갑 제5호증의 1 내지 3을 포함하여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는 2010. 12. 22. 원고에게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에 따른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및 부당금액환수와 관련한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안내서를 통해서 구체적인 부당금액 산출내역을 알렸고, 2011. 11. 1. 우너고에게 다시 확정된 부당금액을 통보하였으며, 이 사건 처분을 하기 이전인 2011. 1. 7. 원고에게 행정처분의 내용, 처분의 근거법령, 위반사항, 의견제출 안내 등이 기재된 처분사전통지서를 송달하였고, 원고는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시설에서의 진료 환자별 세부내역과 탄원서가 포함된 의견제출서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에 의하면, 원고도 이 사건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처분사전통지서에서 제시한 법적 근거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원고로서는 처분의 구체적인 사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처분에 처분사유가 불명확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 처분사유의 존재 여부
가) 원고의 진료행위가 구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또는 구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5호의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진료를 하여야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08. 7.부터 2009. 6.까지 이 사건 시설을 매월 2회 정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입소자 전원에 대한 진료를 집단적으로 행하는 등 이 사건 시설에서 정기적․집단적인 진료를 시행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고, 갑 제5호증의 2, 갑제10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F의 증언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시설에서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즉, 응급환자를 진료하였다거나 그 밖에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진료하여야만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진료행위를 구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또는 구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진료를 하여야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원고의 진료행위가 구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의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구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로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등을 들고 있는바, 의료법이 원칙적으로 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영위하도록 한 것은 의료행위가 의료기관 밖에서 행하여질 경우 의료의 질 저하와 적정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 침해 등으로 인해 의료질서가 문란하게 되고,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보건의료 정책상의 필요성에 의한 것인 점, 진료는 의료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의료행위의 일종으로서 의료행위가 의료인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등을 의미하고, 의료인은 위와 같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을 받은 의료인으로서는 최선의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 해당 환자의 증상이나 상황 등을 미리 숙지하여 대비하고 그 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기구, 장비 등을 구비한 다음 그 환자가 있는 장소를 방문하여 진료행위를 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구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정 환자에 대한 개별적인고 구체적인 요청에 응하여 이루어지는 진료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두26315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시설을 매월 2회 정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집단적인 진료를 하였을 뿐이고, 갑 제5호증의 2, 갑 제10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F와 증언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시설 내 특정 환자들에 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요청에 응하여 이 사건 시설을 방문한 후 진료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진료행위를 두고 구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원고의 진료행위가 구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5호의 ‘다른 법령으로 특별히 정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구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2조 제1항 [별표 5]에서 촉탁의사나 협약의료기관의 의사는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하여 진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08. 7.부터 2009. 6.까지 촉탁의 또는 협약의료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시설을 방문하여 진료한 사실이 인정되므로(원고는 촉탁의 또는 협약의료기관의 의사로서 이 사건 시설에서 진료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갑 제2호증의 3의 기재와 증인 F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갑 제8호증의 1, 2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10. 1. 1.에서야 이 사건 시설과 사이에 이 사건 의원의 의사가 월 1회 이상 이 사건 시설을 방문하여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 또는 권고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진료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원고의 진료행위가 구 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5호의 ‘다른 법령으로 특별히 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및 이에 따르는 여러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비록 의료인이 의료법 또는 의료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에 엄정한 제재를 가하여 의료인의 업무일탈행위를 방지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크기는 하나, 위 인정사실 및 갑 제5호증의 3, 갑 제6호증을 포함하여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공익상의 필요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1개월 15일간 원고의 의사면허자격을 정지한다는 이 사건 처분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하였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 이 사건 처분의 법적 근거인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2010. 3. 19. 보건복지부령 제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규칙’이라 한다) 제4조 별표 제1항 가목 (21)은 의료기관 오에서 의료업을 한 경우 자격정지 3월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규칙은 행정청 내의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
○ 비록 피고가 이 사건 규칙 제4조 별표 제1항 라목 (1)에 따라 원고가 의료법위반행위와 관련하여 검사로부터 기소유예의 처분을 받았다는 사정을 반영하여 처분기준의 2분의 1의 범위에서 감경처분을 하였으나, 아래에서 보는 사정들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처분이 이 사건 규칙에서 정한 대로 감경처분을 하였다 하여 무조건 그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 원고는 의료기관 외에서이기는 하나 실제로 환자를 진료하고 요양급여를 청구하였고, 원고가 방문하여 진료한 이 사건 시설은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요양시설로서 주로 요양등급 1~3등급에 해당하는 7~80대의 노인들이 입소한 곳인데, 원고는 지역사회에 봉사한다는 차원에서 이 사건 시설의 장으로부터 방문진료를 요청받고 고령의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 성심껏 돌보는 등의 진료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 원고가 진료행위를 할 당시의 관련 법령에서 노인복지시설 내 촉탁의 또는 협약의료기관의 진료행위에 따른 요양급여청구를 허용하고 있었는데, 원고는 사실상 촉탁의 또는 협약의료기관의 의사로서의 진료행위를 하였음에도 위와 같은 관련 법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여 형식상 촉탁의 또는 협약의료기관의 지위를 갖추지 못한 것일뿐이다.
○ 원고는 이 사건 시설의 입소자들을 진료한 후 투약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투약을 하였을 뿐이고, 원고가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의 대가로 요구한 요양급여 비용의 합계가 470,229원에 불과한 소액으로 적정한 진료의 범위를 넘어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부당한 진료행위를 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 원고는 정맥주사, 이뇨제 투여 등 간단한 치료행위를 통해 고령의 입소자들의 상태가 응급상황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고 환자 보호자로 하여금 추후의 치료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 사건 시설의 입소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 원고가 의사면허자격을 1개월 15일간 정지당할 경우 그 때문에 원고로부터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그 기간 원고로부터는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고, 원고도 그 기간 진료를 하지 못하여 재산상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
○ 피고가 이 사건 의원에 대한 현지조사 당시 적발한 내용 중 원고가 이 사건 시설의 간호사가 내원하여 상담한 후 입소자에 대한 처방전을 발급한 경우에도 재진진찰료를 100%로 산정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다는 점은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8호에서 정한 ‘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여기에 이 사건 원고가 의료기관 외에서 의료행위를 한 후 진료비를 청구한 것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의료법을 위반하여 부당하게 청구한 금액의 월평균 청구금액은 100,239원이고, 그 부당청구비율은 0.15%에 불과할 정도로 경미하여 이 사건 규칙에서도 이런 정도의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요양기관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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