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의료환경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선택진료 개선에 따른 수가 개편 방안'이 병원간, 진료과목간 명암을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선택진료·상급병실 개선 및 수가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개편방안은 3대 비급여 개선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선택진료비가 평균 35% 줄어들고, 2015년부터는 선택의사 지정비율이 80%에서 진료과별로 30%까지 축소된다.
오는 2017년에는 비급여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건강보험제도로 전환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선택진료 개선에 따라 예상되는 의료계 손실액(연간 5,430억)을 상쇄하기 위해 고도의 수술과 처치 등에 대한 수가 인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모두 1,600개 항목에 대해 13~30%까지 수가를 인상해 고도 수술분야의 발전과 안정적인 의료서비스 제공, 진료과별 불균형 해소 등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암환자 공동진료 등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의 수가도 조정키로 했다.
고도 수술과 중증환자 대상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가 조정에 연간 약 6,550억원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고도수술 및 중증도는 전체 행위량 중 상급종합병원에서 60% 이상 행하는 행위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같은 개편안이 시행되면 중증환자비율이 높은 병원은 수가보전의 혜택을 받고 그렇지 않은 병원들은 선택진료제 개선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다른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중증환자 비중이 높은 '빅4 병원'은 선택진료 개선에 따른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이유로 병원협회는 복지부에 병원별 손실 보전 방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제도개선으로 상급병원은 중증환자 위주의 진료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렇게 되면 의료전달체계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비율이 서열 갈라…외과계 불균형 해소 기대"
일각에서는 중증환자 비율이 상급종합병원의 서열을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신규호 교수는 "이제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패턴이 양에서 질로 전환해야 한다. 질적인 관리를 통해 중증질환자가 많이 오게 하지 않으면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료과간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손실보전 대책이 외과와 흉부외과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면서 진료과목간 불균형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모두순 사무관은 "단순한 손실 보전책을 넘어 고도수술 분야의 발전과 안정적인 의료서비스 제공, 진료과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외과계 수술과 처치에 무게를 두고 손실보전 방안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외과의 수입이 늘어나면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외과계열의 전공의 지원 기피현상이 해소되는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대한외과학회 한원곤 회장(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은 "이번 수가조정을 진료과목간 이기주의적 시각이 아니라 큰 틀에서 봐야 한다"면서 "지금 상태라면 앞으로 20년 후 우리나라 외과의 미래는 없다. 다행히 정부에서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원에 나섰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좀 더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과를 비롯해 정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은 손실보전책이 불만스럽다는 반응이다.
내과학회 이수곤 이사장(연세대의대)은 "수가가산 항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막판에 내과계열 등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외과계열이 많은 보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며 "학회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학회는 의견을 수렴 중이며 내과 쪽에 좀 더 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와 대안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모두순 사무관은 "내과를 비롯해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과목들도 적지 않게 가산 혜택을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영상의학과는 인터벤션, 내과는 내시경 검사 및 시술 항목에 대해 가산을 적용하기로 했으며, 정형외과도 가산항목을 당초보다 확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과와 흉부외과의 수술 처치에 대한 가산은 기존의 100% 가산을 취소하고 적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순 사무관은 "일부 항목에 대해 비율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수가 가산을 없앤 것은 아니다. 기존의 가산 문제는 지금 이 사안과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