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터진 삼일제약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혐의가 있다며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의사들에게 보내고 있어 의료계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 통지서를 받아든 상당 수의 의사들이 리베이트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통지서를 통보받은 의사는 대략 18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검찰로부터 받은 리베이트 수수명단에 근거해 혐의가 짙은 의사들에게 처분사전통지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삼일제약은 지난 2008~2013년까지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894개 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 등 의료인 1132명에게 32억6000여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억7000만원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1132명의 리베이트 수수 명단을 확보해 300만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의사 45명에게 벌금형을 내리고 1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을 수수한 것으로 보이는 의사들은 '경고'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사전통지서가 나간 후 일부 의사들이 '리베이트를 받은 적이 없다'거나 '삼일제약과 거래조차 한 적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불거졌다. 과거 제약회사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허위로 리베이트 수수명단을 작성하거나 리베이트 특성상 '배달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아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성연 의료전문변호사(LK파트너스)는 "제약사가 작성한 명단만으로 사실관계 조사없이 관행적으로 행정처분을 내려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삼일제약 사태처럼 확정판결도 나지 않은 경우에는 특히 행정부 차원에서 보다 면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는 가운데 복지부는 행정처분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과는 11일 "검찰로부터 받은 명단을 보면 수수 금액은 물론, 리베이트를 받은 날짜와 시간, 의사 이름 등이 아주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며 "복지부는 상당히 신빙성 있는 명단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절차에 대해서도 "통지서를 받고 리베이트를 받은 적이 없다면 이의절차를 통해 소명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의절차를 통한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벌여야 한다.
이경권 의료전문변호사(LK파트너스)는 "이의절차와 행정소송 등의 구제절차가 있다지만 경고처분을 불복해 재판 등을 하기에는 지나친 비용이 들기 마련"이라며 "이번 삼일제약건처럼 명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행정부의 판단만으로 섣부른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보다 신중히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에 사전통보된 '경고'조치의 경우 한번으로는 의사자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5년 안에 3번 이상의 '경고' 행정처분을 받으면 일정기간 동안 의사면허가 정지된다.
삼일제약 사태 이후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서울시의사회와 대한의원협회 등은 삼일제약 리베이트 제공명단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짖 않은 채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면 법적 대응과 단체행동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삼일제약 리베이트 사건이 의료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