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선배 전공의가 후배를 폭행해 비장이 파열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레지던트 4년차가 1년차를 상대로 환자 진료에 관한 질책을 하면서 수 차례 배를 걷어찼다고 한다. 

SBS뉴스는 지난 13일 전공의 당직실에서 선배가 후배 의사의 배를 걷어차는 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SBS뉴스에 따르면 모 대학병원 전공의 4년차인 이모 씨가 후배 전공의가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1년차 전공의인 배모 씨에게 화를 내며 배를 여러 차례 걷어찼다.

선배에게 맞은 배씨는 복부 부위에 통증을 호소했고, 응급실을 찾아 비장을 싸고 있는 막이 찢어진 것으로 확인돼 응급 조치를 받았다.

이씨는 후배 의사를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고, 해당병원은 징계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이와 관련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전공의 선후배간 폭행 사건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부실한 수련환경과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지목했다. 

대전협은 "환자 생명을 살리는 병원 내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이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전공의 사회의 의견"이라며 "분명 가해 전공의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살인적인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강압적인 분위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전협이 실시한 '전공의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련과정 중 언어폭력을 당한 경우가 65.8%, 신체적 폭행을 당한 경우가 22%에 달했다. 

대전협은 "전공의 폭행 사건 중 교수나 선임 전공의에 의한 폭행은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업무강도가 높은 과에서 주로 발생했다"며 "주당 100시간 근무가 없는 전공과에서는 의국내 폭력 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폭행 사건도 정형외과 의국에서 발생했다. 정형외과는 전공과 중에서도 업무량이 높기로 유명하다.

대전협과 의료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정형외과 1년차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134시간에 달하고, 정형외과 전공의 전체 평균 근무시간은 112시간이었다. 

이처럼 살인적인 근무시간을 유지하게 위해서는 해당과의 모든 전공의가 잠시도 쉬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의국내 분위기가 엄격하고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을 밟는 의사들인데 이들이 과도한 근무량에 시달리게 된 것은 의사사회 내의 가장 약자에 위치한 전공의들에게 업무량이 편중되는 구조적 폭력이 그 원인"이라며 "수련병원이 전공의를 수련시켜야 하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병원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전공의에게 인간의 한계까지 업무를 부담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 폭력사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다로 수련환경 개선과 이를 위한 독립적인 전공의 수련환경평가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언론에 노출된 가해자 개인만 처벌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며, 물리적 폭력을 유발하는 구조적 폭력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환자의 안전과 전공의의 인권, 그리고 올바른 의료 환경 수립을 위해서는 전공의들의 근무수련환경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