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메르스 사태로 여지없이 드러난 공중보건 방역체계와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보건부와 복지부 분리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돼 주목된다. 

박은철 연세대의대 교수는 26일 신상진 의원 주최로 열린 '메르스 위기극복을 위한 국가보건의료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해 연간 15조원의 예산과 본부조직 300명에 전체 조직 3,000명을 둔 보건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과거 보건복지부는 사스나 신종플루 사태 때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지금의 보건복지부는 메르스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복지 쪽 업무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하면서 상대적으로 보건의료 부분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도 복지에 신경쓰다가 얻어맞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 초반 '삼성서울병원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을 빚은 바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국가가 뚫렸고, 삼성서울병원이 뚫렸고, 감염내과가 뚫렸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사회복지부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보건부는 보건의료정책실, 보건의료정책관, 공공보건정책관, 한의약정책관, 건강보험정책국 등 2실 6관 3국 체제로 구성하는 안을 제안했다. 

보건부에서 다룰 업무로 ▲높은 자살률 ▲1위의 외래방문율 ▲과다한 사회적 입원 ▲의료의 질의 과다한 변이 ▲재난적 의료비 ▲미흡한 의료전달체계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저수가 문제 등을 꼽았다. 

사회복지부는 사회복지정책실 인구정책실 등 3실 9관 2국 체제로 구성해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복지의 수많은 정책과제를 업무로 제시했다. 

이같은 제안을 놓고 토론회 참석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박순우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복지부를 보건부와 사회복지부로 분리하는 방안 보다는 복지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해 보건의료와 복지 업무를 각각 맡기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강민아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건부 신설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행정학 이론이나 경험에서 봤을 때 가장 실현가능성이 없는 대안이 조직개편"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졌지만 또 하나의 옥상옥을 만드는 것밖에는 안됐다"면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임현술 동국대의대 교수는 "보건부 독립에 찬성한다. 제대로 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를 처로 승격해 운영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방안에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신상진 의원은 "보건부로 독립을 해서 보건의료 역량을 키워나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해놓고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며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에서 분리해 총리소속의 질병관리처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