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과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이 이달 말 첫  회동을 갖고 제2차 의정합의 아젠다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일 "최근 정진엽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며, 조만간 면담을 통해 의정 합의사항 이행 촉구 및 의-정협의체 재개 등을 적극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협의 요청에 대해서 복지부도 긍정적으로 회신했다. 

이에 따라 정진엽 장관 면담 시기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1차 국정감사가 끝나는 9월 23일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이 요구한대로 이번 면담에서는 의정합의 아젠다 이행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38개 과제를 담아 마련한 의정합의 사항이 이행되지 않은 채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의협에서는 건강보험 실사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 강화, 불합리한 포괄수가 산정기준 개선 등 일부 항목은 이행이 완료됐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핵심 항목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선, 수가결정구조 개선, 노인정액제 개선, 차등수가제 개선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추무진 회장은 "제2차 의정합의를 통해 도출한 제도개선 과제들은 의료계의 오랜 요구사항을 담은 핵심정책인 만큼, 협회의 최우선 과제로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이 생각한 것처럼 복지부와의 논의가 쉽게 진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활성화와 의료산업화 정책이라는 큰 걸림돌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엽 장관이 의사 출신이라고 해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게다가 정 장관도 원격의료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다.  

정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원격의료는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유용한 수단이며 우수한 의료인력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해 의료서비스가 닿지 않는 도서지역·군부대·교정시설 등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장관은 "의료 세계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원격의료는 필요하며, 건강보험 제도 안에서 운영될 것이라 의료비가 폭등하거나 의료영리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원격의료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록 의료접근성이 좋은 도시지역에서는 원격의료가 필요 없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 아젠다인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원격의료 기반 헬스케어 신시장 창출을 신임 복지부장관이 수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부가 의협과의 회동에서 의정합의 아젠다 이행과 원격의료의 맞교환을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 의협 측은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의협 한 관계자는 "만일 복지부가 회동에서 원격의료 얘기를 꺼낼 경우 곧바로 퇴장할 수 있다"면서 "이번 회동에서는 의정합의 아젠다가 핵심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