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환자 전원시 조치 적절성 확인…“피해병원 보상조차 이뤄지지 않았는데 황당할 따름”

[라포르시안]  지난번 메르스 사태 때 확진환자 격리치료 등을 담당하던 지역거점병원에 대해서 감사원이 감사를 벌이고 있어 관련 의료기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피해보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감염병 확산을 막기위해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며 손해를 감내한 의료기관에 오히려 책임을 묻겠다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국가지정격리병상 보유한 지역거점병원을 대상으로 메르스 확진환자 전원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하는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는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지적된 사항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는 지난 7월 말 ▲메르스 사태 관련 정부당국의 비공개결정 등 초동대응 부실과 메르스 사태 전반에 대한 원인규명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환자에 대한 격리 등 조치의 적절성 여부 및 역학조사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비협조와 관련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채택한 바 있다. 

부실한 메르스 대응의 전반적인 원인 규명 차원에서 삼성서울병원뿐만 아니라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한 민간과 공공병원의 메르스 환자 조치 적절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메르스 사태 때 서울 지역에서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했던 A병원 관계자는 "최근 감사원이 메르스 환자 발생이 절정에 달했던 6월 초에 확진환자가 전원 조치됐을 때 제대로 격리치료를 실시했는 지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며 "다행히 우리 병원은 당시 여건이 됐기 때문에 확진환자를 격리치료 했기 때문에 별 문제없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부 지역거점병원 중에는 당시 갑작스럽게 확진환자가 전원되면서 격리치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환자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며 "감사원은 이런 병원에 대해서는 실태 파악을 위해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가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 6월 초부터 중순까지는 하루에 많게는 20여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격리치료 시설이 거의 포화상태였다.  

음압격리병상을 갖춘 지역거점병원에 메르스 확진환자가 오더라도 즉시 격리치료에 들어가기가 힘든 상태였다. 

일부 병원은 음압병실이 독립되어 있지 않거나 다른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어서 환자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고, 음압병실은 있지만 환자 치료에 필요한 시설이나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은 병원도 있었다.  

당시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했던 B병원 관계자는 "우리도 처음에 확진환자 격리치료를 결정하고 난 이후에 기존 입원환자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하는 데 준비기간이 필요했었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제와서 확진환자가 왔을 때 격리치료를 거부했는지를 따진다는 건 황당한 따름"이라고 말했다. 

"앞으론 어느 병원도, 어느 의사도 나서지 않을 것"

한편 메르스 치료병원, 노출자 진료병원, 집중관리병원 역할을 수행했거나 환자 발생·경유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들은 아직까지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손실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심평원의 현장조사를 통해 손실액은 산정한 후 손실보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피해보상금 지급이 이뤄진다. 

메르스 치료병원 역할을 했던 C병원 관계자는 "심평원의 현지조사와 손실보상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면 11월 이후에나 보상금이 지급될 것 같다"면서 "병원은 지금 심감한 경영난으로 직원들 월급 지급조차 힘들어 하고 있는데 피해보상은 너무 늦게 이뤄지는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최일선에 나섰던 병원이나 의료인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고 있다"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어느 병원도, 어느 의사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