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학장협 “의협과 의학회 집행부의 꼼수” 맹비난…시도의사회 “추무진 회장 독단”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마련한 의료일원화 추진 계획에 대해서 한의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의협은 앞서 발표한 추진 계획을 통해 10년 후인 2025년까지 의료일원화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와 한의계 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오히려 의료일원화 논의가 뒷걸음치는 양상이다. 

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는 8일 성명을 통해 "한의사와 한의과대학 말살이 의료일원화의 첫걸음이라는 양의사들의 후안무치한 경거망동을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의대학장협의회는 "의협과 의학회는 지난달 23일 뜬금없이 '의료일원화 관련 토론회'를 열고 2025년까지 의료일원화를 완수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 협의체'의 활동을 교묘히 방해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희석하려는 의협과 의학회 집행부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사실은 이날 의협과 의학회가 밝힌 '의료일원화가 완료될 때까지 양의사와 한의사는 업무영역 침범을 중단한다'는 의료일원화 세부 추진 원칙에서도 명백히 드러나 있다"고 주장했다. 

한의대학장협의회는 "의료현안 협의체는 애초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협의 기구이지 의료일원화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 아니다"며 "진정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의료인인 한의사가 더욱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치료를 위해 진료에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의료일원화의 실마리는 상호 간 이해와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의대학장협의회는 "의료일원화 문제를 논의한다고 해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등을 통해 한의계와 양의계가 점차 불신의 벽을 허물고, 상호 동등한 입장에서 학문과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처럼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려는 건 오히려 사회적 지탄과 반감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의협과 의학회를 향해 의료현안 협의체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원만하게 결론을 맺을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갖고 논의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한의대학장협의회는 "한의사와 한의대를 인위적으로 말살할 수 있는 것이라는 허황된 생각과 후안무치한 경거망동을 중단하고 국민과 한의계에 백배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이보다 앞서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5일 설명자료를 통해 "의협은 의료통합과 의료일원화라는 단어를 입에도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추무진 회장이 의료일원화 토론회에서 "의료일원화는 한의사를 없애는 게 목표다. 의료일원화가 되면 한의사가 없어진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강력히 성토했다. 

한의협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몰상식한 발언으로 규정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식의 자세를 취할 것이라면 의료통합과 일원화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서도 의료일원화 추진안 반발 확산

한편 한의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협와 의학회의 의료일원화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의협과 의학회는 지난달 23일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11일에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함께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 교육 일원화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협이 마련한 의료일원화 추진 계획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역 시도의사회 등을 중심으로 의료일원화 추진 계획을 비난하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전남도의사회는 "많은 회원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결정으로 의학과 한방 일원화를 결정하고 추진하려고 한다"며 "의협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학문적인 근원부터 다른 한방과의 일원화에 대한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충남도의사회는 "회원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추무진 회장 독단으로 원칙을 미리 정해놓고 의료일원화를 제안했다는 점은 민의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이고 이를 은폐하려고 거짓말까지 한 것은 회장의 권한을 넘어선 오만하고 독단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전국의사총연합회는 "먼저 의료일원화 논의를 꺼내고 일정 기간 보수교육을 받으면 한의사가 통합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저지 명분을 스스로 희석하는 배신 행위를 했다"며 "이는 의협회장으로서의 사퇴 사유나 탄핵 사유"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