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의학회, 개정 생명윤리법에 우려 표명…유전자검사 오남용·상업화 조장 가능성

[라포르시안] 지난달 말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생명윤리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대해 진단검사의학회가 유전자검사의 상업화 조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개정 생명윤리법은 유전자 치료 허용 기준을 난치병으로 확대하고, 비의료기관에서도 질병의 예방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단검사의학회(회장 한규섭, 이사장 송정한)는 11일 성명을 내고 "유전자치료 허용 기준을 난치병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비의료기관의 유전자검사 허용은 국민건강권 보호에 심각한 문제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보건의료체계의 틀이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질병의 예방과 관련된 유전자검사는 명백한 의료행위"라며 "비의료기관이 의료기관의 의뢰 없이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도록 하는 것은 보건의료 체계의 틀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국민건강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행위는 의료인에 의해 의료기관에서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비의료기관에서 의료기관의 의뢰 없이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도록 하면, 유전자검사의 오남용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2007년부터 의료기관에서 직접소비자판매(OTC) 형태로 질병예측성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 왔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은 2013년 이 검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소비자에게 위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23andMe 등 관련 업체에 유전자검사를 중단하도록 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블룸(Bloom) 증후군과 같은 희귀유전질환의 보인자에 대한 유전자검사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추세와 반대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아무리 경제와 산업의 발전이 시급하더라도 국민의 건강권을 희생할 수 없다"면서 "비의료기관의 유전자검사는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유전자검사를 시행하고 판독하는 의료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번 개정안이 국민 건강권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정부는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