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하지정맥류 수술이어 백내장·도수치료도 제외될 듯…의료계, 금감원 항의방문 대응

[라포르시안] 레이저 하지정맥류 수술에 이어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도 조만간 실손의료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민간 보험사들이 건강보험처럼 이른바 미용 목적 시술은 보장 항목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환자 본인부담금을 보상해 주는 목적으로 개발된 실손의료보험의 도입 취지를 감안하면 황당한 발상이다.

게다가 보험사들의 이런 움직임을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분위기여서 상황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의료계는 금감원을 상대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대개협 실손보험 대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가정의학과의사회 유태욱 회장, 안과의사회 이재범 회장, 재활의학과의사회 이상운 회장, 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이사 등은 지난 11일 오후 여의도 금감원을 항의 방문했다. 

지난 1월 1일부터 새로 적용된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에서 하지정맥류 수술과 관련한 보험 기준을 일부 변경한 것을 문제삼기 위해서다. 

바뀐 표준약관은 하지정맥류 수술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이 되는 수술 방법만 보상 대상으로 인정했다. 즉, 레이저 수술은 미용 목적으로 간주해 실손의료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항의 방문단은 금감원 관계자를 만나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변경의 불합리성 등을 지적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빈손으로 돌아섰다.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류여해 법제이사(수원대학교 법대 교수)는 중간 브리핑을 통해 금감원 관계자와 면담 결과를 설명했다. 


류 이사에 따르면 금감원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3,200만 명 가량 되는데 자꾸 적자가 발생하니까 치료 목적이 아닌 시술은 보장성 항목에서 제외한 것"이라며 "치료 목적인지 아닌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힘드니 그냥 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특히 보험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표준약관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보장 항목을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류 이사는 "실손의료보험이 만들어진 것은 건강보험이 지원하지 않는 영역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초심을 잃은 것 같다"며 "금감원의 설명대로라면 레이저 하지정맥류 수술 뿐 아니라 도수치료, 백내장, 요실금 수술 등도 보장 대상에서 제외할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개협은 금감원의 태도가 바뀔 때까지 항의방문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모든 보험회사가 일제히 약관을 개정해 레이저 하지정맥류 수술을 보장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담합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보험사들을 제소하기로 했다. 

김승진 비대위원장은 "정맥 내 레이저 하지정맥류 수술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인정 비급여인데 미용 목적으로 치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불합리한 표준약관을 고칠 때까지 항의 방문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개협 노만희 회장은 "이번 실손의료보험 문제는 특정 진료과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의사의 문제"라며 강력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