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회, ‘무기명설문조사’도 잠정 연기…제약산업 미래마저 갉아먹는 과거의 관행

[라포르시안] 최근 들어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 적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제약협회가 오는 28일 예정이었던 ‘무기명설문조사’를 잠정 연기했다. 

제약협회 이사장단은 지난 14일 팔래스호텔에서 이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협회는 오는 30일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방안 발표를 앞두고 무기명 설문조사를 공개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무기명 설문조사 날짜는 잡히지 않았고, 오는 3분기 중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터지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 사건 영향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잠정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칫 무기명설문조사가 괜한 오해를 살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수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는 상황에서 무기명설문조사 공유가 오히려 수사 의뢰로 비춰질 수 있어 여러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한 판단 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과 경찰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적발에 팔을 걷어 붙인 모양새다.  

지난 9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중견제약사 유유제약 서울 사무소와 임직원·영업사원 3명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유유제약이 의사들에게 자사의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유제약은 지난 2014년 자사가 제조한 골다공증 치료제 등을 사용해달라며 대학병원과 개인병원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파마킹이 의사들을 상대로 50억원이 넘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가 드러나 이 회사 대표가 구속됐다. 

같은 달 전주의 모병원에서는 도매상과 제약회사들로부터 억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 이사장이 구속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29개 제약사가 연루된 것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 7일에는 의약품 채택 및 처방 대가로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유영제약 임직원과 의사 등 491명이 경찰에 적발된 바 있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도 불법 리베이트 수사 영역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말 한국노바티스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으며, 이 회사가 마케팅 대행업체를 통해 의사들에게 우회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들의 연합단체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사무실도 전격 압수수색을 했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적발된 리베이트 사례를 보면 몇 년 전에 했던 사안들이 뒤늦게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들어서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활동을 적극 펼쳐왔지만 검경의 리에비트 수가 결과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제약업계가 여전히 리베이트 영업을 펼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아 안타깝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