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라포르시안]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서울대병원이 SK텔레콤과 공동투자를 통해 영리자회사인 헬스커넥트를 설립하는 과정에 대한 특별감사를 촉구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에 서울대병원 및 국립대병원이 자회사 등을 설립하거나 투자를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질의했다.
유 의원의 질의에 입법조사처는 법률전문가를 대상으로 자문을 구했고, 그 결과 4명 중 3명이 다수 의견으로 "서울대병원 설치법의 입법 목적에 위배되거나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에 자문한 J법무법인의 Y변호사는 "서울대병원과 국립대학병원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서, 의료법 제49조에 따른 부대사업 제한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자회사를 설립해 부대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자회사에 외부자본이 투입될 경우에는 현행 의료법의 비영리성 취지를 잠탈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법률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유은혜 의원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노동조합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 영리자회사 설립 취소를 요구했다.
이들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7일 유은혜 의원이 질의한 내용에 대한 답신에서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이 자회사 등을 설립하거나 투자를 통해 수익사업을 하는 것은 현행법의 입법목적에 위배된다고 밝혔다"며 "그간 서울대병원이 SK와 합작해 설립·운영한 헬스커넥트 주식회사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서울대병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교육부는 당장 서울대병원이 지분매각 등을 통해 헬스커넥트에서 탈퇴하도록 명령해야 한다"며 "위법적인 헬스커넥트 설립이 결정되기까지 전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통해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물론 외부자본을 유치해 수익사업을 수행하는 국립대병원이 없는지 철저한 조사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판단을 근거로 서울대병원이 헬스커넥트 설립 당시 수행한 법률 자문은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대병원 이사회의 위법한 결정을 승인한 교육부는 서울대병원에 대한 올바른 지도, 감독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므로 해당 행위에 대한 감사와 문책이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이 헬스커넥트 설립시 환자들의 민감한 진료정보를 영리자회사에 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민변과 서울대병원 노조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 설립시 'EMR(전자의무기록) 표준화 및 디지털 콘텐츠 편집 저작물을 회사가 존속하는 기간 동안 복제, 배포, 2차적 저작물 작성 등의 방법으로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했다.
유은혜 의원 등은 "이를 놓고 환자들의 개인 의료 정보를 주식회사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헬스커넥트는 홈페이지의 헬스온 사업소개를 통해 '헬스온 서비스는 건강검진 추후관리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일상생활 기반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라고 소개하거나, EMR에 기반해 '진료와 연계한 환자맞춤형 병원정보 제공' 등을 소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입법조사처의 회신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서울대병원의 자회사 설립은 위법이고, 보건복지부의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설립허용 정책 추진은 불법에 근거를 둔 것이므로 원천무효"라며 "따라서 의료법인이 영리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면 최소한 가이드라인 배포가 아니라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리자회사 허용이 의료상업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했다.
이들은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허용은 사후적으로 대학병원등 대형병원의 영리자회사들에 대한 사후적 합법화를 통해 대형병원 영리자회사를 대거 만들어냄으로써 한국의 대형병원의 영리화와 상업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며 "국내 의료제도와 대학병원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의료상업화, 의료민영화 조치를 행정독재로 추진하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서울대병원 "2011년 정부로부터 자회사 설립 사업 인정받아"
한편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 관련 위법성 논란을 일축했다.
서울대병원은 “법무법인을 통해 자회사 설치에 대한 의료법 위반 여부를 문의한 결과, 특수법인인 서울대병원의 헬스커넥트 설립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또한 2011년에 정부로부터 자회사 설립에 대한 사업 인정도 받았다"고 반박했다.
병원은 "환자정보 수집과 관련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업목적을 명확히 해 정관내용을 변경했다"며 "전자의무기록 저작물은 병원업무 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을 지칭하는 것으로, 환자 정보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2012년 초 출범한 헬스커넥트는 자본금 200억원 규모로, 대표이사에는 서울대병원의 IT자회사인 이지케어텍 대표를 역임한 이철희 교수가 임명됐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은 헬스커넥트 출범에 앞서 2011년에는 모바일 EMR 및 건강진단 애플리케이션을 공동 개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