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외부 검사판독기관의 판독오류로 인해 의사가 오진을 했을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할까.
실제 이런 사례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추호경, 이하 중재원)에 조정신청이 접수됐다.
중재원에 따르면 의사 A씨는 환자의 질출혈에 관한 액상 세포진 검사를 외부 검사판독기관에 의뢰했고, 이 기관의 판독 오류로 자궁경부암을 발견하지 못했다.
A씨가 조정신청 사실을 통보받고 검사판독기관에 재판독을 의뢰한 결과, 암 진단을 할 수 있는 세포학적 변화가 보인다는 수정 의견을 받았다.
외부 검사판독기관의 과실이 명확한 상황이다. 중재원은 어떤 조정 결정을 내렸을까.
중재원은 의료인이 외부 검사판독기관을 지시·감독하지는 않았더라도 의료인의 진단업무에 관한 이행보조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검사판독기관의 과실로 인한 오진에 대해 의료인 책임이 있다는 감정결과를 근거로 조정중재를 했다.
환자 측에서 오진을 주장했지만 의료인의 과실이 없었다는 감정결과를 이끌어내고, 환자 측을 이해시키 사례도 있다.
중재원에 따르면 장천공을 단순 장폐색으로 오진해 복막염 및 패혈증으로 악화돼 결국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조정신청 사건이 접수됐다.
중재원은 신청 접수후 사망한 환자가 병원 내원시 장천공이 있었는지 여부와 장폐색 진단과 처치 과정이 적절했는지, 오진과 환자의 사망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살폈다.
이를 통해 의료인 측에서 시행한 대증요법이 장천공과 복막염을 야기했거나 악화시켰다고 보기 어렵고, 장천공의 발생 시기도 불명확한 점을 이유로 의료인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중재원은 이런 판단을 근거로 환자 측을 설명하고 납득시켰다. 그러나 의료인 측에서 감정결과를 확인 후 조정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시해 조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고 종결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2012년 4월 개원한 이후 2013년 말까지 다룬 조정 및 중재건 가운데 위에 소개된 사건처럼 선례로 활용할 가치가 높은 90건을 선정해 수록한 '2012/2013 의료분쟁 조정·중재 사례집'을 발간했다.
사례집에는 의료사고의 원인이 된 의료행위를 진료과목별로 구분해 수록했고, 환자 측이 신청한 사건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인 측(병원 개설 및 운영자)이 신청한 사건도 실었다.
손해배상책임의 유무 및 범위를 가늠하기 위해 필요한 산정 요소 및 조정부의 의료적· 법리적 의견도 상세히 기술해 놓았다.
중재원은 "이 사례집은 의료사고를 겪은 환자와 의료인들이 이를 분쟁화 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하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해 주고자 하는 법조인 및 의료인, ADR 담당자와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에게도 분쟁해결의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리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