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경남 김해에서 또다시 의사 대신 간호조무사가 불법 수술을 하다가 적발됐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 2월에도 모 병원에서 의사 대신 의료기기 판매직원과 간호조무사가 1,000여 차례에 걸쳐 불법으로 맹장, 무릎 관절, 허리 디스크 수술 등을 하다 적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31일 간호조무사에게 무려 849회에 걸쳐 무면허 수술을 하게 하고 무허가 병상을 설치해 54억8,700만원을 편취한 병원장 A씨 등 4명을 의료법 위반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병원장 A씨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 3월말까지 남자 간호조무사인 B씨에게 관절염 환자 등을 상대로 무릎절개, 수술부위 봉합 등의 수술을 하도록 했다. 

간호조무사 B씨는 이런 식으로 4년여에 걸쳐 849차례나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고, 병원장 A씨는 B씨가 수술을 하는 동안 외래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게다가 간호조무사인 B씨가 수술을 할 때 이 병원의 간호사가 수술보조를 했고, B씨는 병원 직원들로부터 '수술실 실장'으로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환자들은 자신이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로부터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수술실 안에서 모두 동일한 수술복을 입고 있는데다 더욱이 B씨가 남자인 탓에 당연히 의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보험사기 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병원의 불법행위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보다 앞서 지난해 2월에도 김해의 한 병원에서 의사 대신 의료기기업체 직원과 간호조무사가 1,000여 차례에 걸쳐 불법으로 맹장, 무릎 관절, 허리 디스크 수술 등을 해오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이 병원의 병원장 K씨는 2011년 2월 경남 김해에 J병원을 설립한 뒤 2012년 말까지 간호조무사, 의료기기 판매업체 직원 등에게 총 1,100여건의 불법 수술을 지시했다.

병원장의 지시에 따라 간호조무사 H씨는 2012년 1월부터 9개월 동안 100여 차례에 걸쳐 맹장 절개 및 치질 수술을 집도했다.

이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한 판매업체 직원 9명도 자신들이 공급하는 장비와 관련된 분야의 수술을 맡아 무려 1,000여건의 불법 수술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의료기기 판매업체 대표 Y씨는 척추골절 환자를 상대로 환부를 직접 절개한 후 스크루를 박는 수술을 300회 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이 사건 이후 100~300병상 규모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 단속을 벌였다. 

그러나 수술실 내에서 이뤄지는 불법 의료행위를 현장에서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보니 별다른 단속 실적을 내지 못했다.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다른 대안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의료계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환자단체 "무면허 의료행위 막기 위해서 명찰 착용 의무화해야" 

한편 국회에는 최근 의사와 약사 등 보건의료인의 명찰 착용 의무화를 규정한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이 대표발의한 3건의 개정안은 의사나 간호사, 약사 등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명찰을 의무적으로 착용토록 해 환자의 알권리 증진 및 비보건의료인의 불법 의료행위 및 약무행위를 예방하자는 취지이다. 

환자단체에서는 명찰 착용 의무화를 반기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약무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적법한 보건의료인인지 아닌지에 관한 것"이라며 "의료현장에 일부이지만 분명히 비보건의료인의 불법 약무행위 및 의료행위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명찰 착용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명찰 패용 의무화가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한 초래할 수 있는 불필요한 규제만 늘어나는 것은 물론 다른 직종과 비교할 때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또다시 간호조무사에 의한 불법 수술이 적발됨에 따라 명찰 착용 의무화를 위한 법개정 필요성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