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강관리용 웰니스 제품 구분 관리기준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했다. 

일반적인 건강 사태나 건강한 생활방식 등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사용자의 안전에 미치는 위해도가 낮은 제품을 '웰니스 제품'으로 분류해 의료기기와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의료계는 웰니스 제품 관리기준안이 제정되면 의료기기와 큰 차이가 없는 제품이 의료전문가의 관리에서 벗어나 공산품처럼 사용됨으로써 국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웰니스 기기 정책이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 및 관련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 정책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식약처가 마련한 건강관리용 웰니스제품 구분관리기준(안)에 따르면 웰니스 제품이란 '사람에게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되는 기구로서, 일반적인 건강 상태 또는 건강한 활동의 유지·향상 목적과 건강한 생활방식·습관을 유도해 만성질환 또는 그 상태의 위험이나 영향을 줄이거나 유지할 목적으로 사용되고 사용자의 안전에 미치는 위해도가 낮은 제품'이다. 

기존에 의료기기로 분류해 사용하는 심전도, 폐활량 검사기, 신생아 감시장치, 내장기능검사기, 저주파 자극기, 초음파 자극기 등의 제품도 진단 및 치료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는 수준이면 웰니스 제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 식약처의 판단이다. 

웰니스 제품과 의료기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사용목적'이다.

즉, 사용목적이 ‘의료용’인 경우에는 의료기기로, 사용목적이 ‘웰니스용’인 경우에는 웰니스 제품으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의료용인지 웰니스용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판단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기 때문이다.의료계는 식약처의 웰니스제품 구분관리기준(안)이 모호한 기준과 명분을 내세워 의료기기를 웰니스기기로 둔갑시켜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기기를 의료용과 웰니스용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식약처에서 마련 중인 기준안은 의료기기 중 위해도가 낮은 기기를 건강관리용 웰니스 기기로 분류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아무런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국민의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의료관련 기기는 아무리 성능이나 스팩을 저감시켜 위해도를 낮추었더라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신체에 해부학적, 생리학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심전도계 등의 생체신초 측정장치를 웰니스 기기로 구분해 공산품화 할 경우 품질이 입증되지 않은 수입 저질·저가 기기의 범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이러한 저질 기기가 갖고 있는 문제점인 측정오류, 오작동 등에 대한 사후관리 부실 등을 고려하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처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 의료전문가 단체로부터 의견수렴도 없이 지나치게 성급하는 추진하는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의협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한 지침을 제정하면서 전문가단체인 의협과는 단 한 번의 상의도 없었다"며 "더구나 식약처 홈페이지를 통한 행정예고라는 의견조회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입법기관도 아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6월 2일부터 3일까지 단 이틀간의 의견조회만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정부기관의 상식적인 정책결정 과정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식약처의 웰니스제품 구분관리기준(안) 제정에 적극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의총은 웰니스 기기 분류가 의료기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식약처에서 웰니스 기기로 분류하겠다고 하는 일부 진단적 의료기기는 이미 의료기기법에 의해 의료기기로 분류돼 있고 실제 의료행위를 위한 목적으로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배제하고 재분류 하겠다는 것은 식약처가 국민건강을 외면한 채 불법행위를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식약처가 관리기준안을 만들면서‘웰니스 제품’과 ‘의료기기’ 구분 사례로 제시한 심전도계에 대한 설명은 황당하기조차 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식약처는 관리기준안을 통해 웰니스용 심전도계가 '신체 상태에 맞는 음식 레시피 제공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심전도를 측정하는 기구'라고 설명해 놓았다. 

이에 대해 전의총은 "심전도 결과만을 가지고 인간의 음식 레시피를 조절한다는 근거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논리"라며 "아마도 심전도상 심실 비대 의심 소견이 나오면 저염식을 권고하는 정도의 레시피 조절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는 오히려 전해질 불균형을 조장할 수도 있어 반드시 의사의 판단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웰니스제품 구분관리기준(안) 지침 개정이 원격의료 및 원격 모니터링을 위한 사전 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의총은 "심박모니터링, 산소포화도, 폐활량 측정기 등은 식약처 주장과 달리 환자가 없는 가정에서는 쓰일 일이 거의 없고, 건강한 일반인이 자신이 숨을 잘 쉬는지 맥박수는 괜찮은지를 굳이 비싼 돈을 주고 기계를 사서 체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심박모니터링과 산소포화도, 그리고 폐활량 측정기 등은 결국 심장질환이나 폐질환 환자의 가정형 원격모니터링을 위한 구성"이라고 해석했다. 

전의총은 "국민 건강은 도외시하고 자신들의 잇속만 채우고자 원격의료를 획책하는 세력들이 식약처 의료기기 안전국 공무원들과 야합해 이번 웰니스 기기 구분관리기준(안)을 만들어 낸 것으로 생각한다"며 "식약처는 지금이라도 이번 웰니스 기기 구분관리기준(안)을 즉각 백지화하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려 했던 구분관리기준(안) 담당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식약처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웰니스 제품 구분관리기준을 확정해 7월 중 시행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일부 경제지 등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규제 완화가 뒤쳐졌다고 지적하자 지난 27일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융복합 의료기기와 구분이 모호한 새로운 영역의 웰니스 제품들과의 구분·관리를 주 내용으로 하는 웰니스 제품 구분관리기준을 마련해 7월 중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