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와 운동·레저 등에 사용되는 개인용 건강관리제품(웰니스 제품)을 구분할 수 있는 '의료기기와 개인용 건강관리(웰니스)제품 판단기준'을 마련해 이달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건강관리제품 판단기준은 지난 6월 식약처가 마련한 '건강관리용 웰니스 제품 구분 관리기준 가이드라인(안)' 내용 중에서 의료계의 반발을 감안해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해서 만들어졌다. 

특히 웰니스 제품 구분 관리기준안 내용 중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자가관리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자가 혈당측정기 및 혈압계 ▲기의 흐름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비침습적으로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경혈을 자극하는 제품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운동 시 근육에 저주파 자극을 하는 제품 ▲피부미용을 목적으로 얼굴 등 신체를 초음파 자극 등으로 자가 박리하는 제품 등은 판단기준에서 삭제했다.그러나 식약처가 마련한 건강관리제품 판단기준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이 올해 1월 발표한 '웰니스 제품의 가이드라인'(General Wellness: Policy for Low Risk Devices, Draft Guidance) 초안보다 규제 완화 범위를 훨씬 완화한 것으로 향후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식약처가 판단기순에서 FDA의 웰니스 제품 가이드라인 초안보다 폭넓게 수용한 내용 대부분이 삼성전자가 미국법인(Samsung Electronics America)을 통해 FDA 측에 제안한 내용과 일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식약처의 개인용 건강관리제품 판단기준이 삼성전자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도 있다. 

라포르시안이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삼성전자 미국법인(Samsung Electronics America)은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연방규제 정책결정을 위한 의견수렴 등의 목적으로 개설한 사이트인 'Regulation.gov'를 통해 FDA 측에 웰니스 제품의 가이드라인에 추가로 반영됐으면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이를 통해 '연결된 의료기기를 통해 측정한 혈압 데이터를 저장하고 표시하는 제품도 웰니스 제품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과 '연결된 의료기기를 통해 측정한 혈당 데이터를 저장하고 표시하는 의료기기 데이터 시스템도 웰니스 제품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운동이나 등산 중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웰니스 제품의 범위에 혈액 중 산소포화도 측정장치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더해서 '모바일 의료용 앱이나 별도의 장치를 통해 운동이나 등산 중 맥박 뿐만 아니라 심박수와 혈중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제품'도 휴대용 웰니스 제품의 범위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FDA는 지난 1월 발표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통해 웰니스 제품의 범주를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거나 만성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규정해 놓았다. 

보다 구체적인 사용례로 신체 활동을 촉진해 고혈압의 위험을 감소시키거나 칼로리 섭취량을 분석해 건강한 식생활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고혈압과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보다 건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하는 장치로 규정했다. 

또한 건강한 수면 습관을 촉진해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제품도 사용례로 언급했다. 

'운동과 등산 중에 사용자가 맥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장치'는 위해도가 낮은 웰니스 제품 범위에 포함된다고 예시해 놓았지만 산소포화도 측정장치에 관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특히 FDA는 웰니스 제품의 범주에 있어서 건강한 생활방식을 유지토록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수면조절,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신체활동 장려)이 구현되는 것으로 한정하고, 산소포화도를 비롯해 혈압이나 혈당 등의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저장·전송하는 기능을 배제했다. 

그러나 식약처가 이번에 발표한 관리기준에는 ▲운동이나 레저 활동에 사용자의 산소포화도를 모니터하는 제품 ▲고혈압(저혈압) 환자가 혈압계로부터 측정된 혈압값을 개인 스마트폰으로 전송받아 혈압값 등을 저장하는 앱 ▲고지혈증 환자가 개인용 콜레스테롤 측정기로부터 측정된 콜레스테롤 값을 개인 스마트폰으로 전송받아 콜레스테롤 값 변화 등을 저장하는 앱 등이 포함돼 있다. 

FDA가 웰니스 제품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규정한 것보다 훨씬 과감하게 그 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이런 관리기준에 따라 삼성전자가 개발한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 앱이 구현되는 스마트기기도 앞으로는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이 개발한 혈압, 혈당을 측정하는 앱이 내장된 스마트 기기 역시 공산품으로 분류돼 시장진입이 훨씬 수월해 진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식약처는 미국 FDA (가이드라인)안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기존 업계에서 논의되던 혈당, 혈압 측정 앱 등의 광범위한 사례를 웰니스 제품으로 특정해 예시하고 있다"며 "식약처가 무리하게 의료기기가 분명한 몇몇 기기들을 웰니스 기기로 분류하려는 이유는 국민건강은 안중에도 없고 의료기기 업체들의 이익을 위해서 의료기기를 무자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의협은 식약처의 웰니스 분류 추진 과정상 문제점 등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