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환자 49명으로 늘어…질병관리본부, ‘환자-대조군 조사’ 실시키로

[라포르시안]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관련 호흡기질환 발생 환자수가 계속 증가하고 잇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원인 파악을 위해 '환자-대조군 역학조사'(case-control study)를 실시키로 해 관심이 모아진다. 

환자-대조군 역학조사는 몇 년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원인미상 중증폐질환'으로 산모들이 잇따라 입원하자 발병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된 바 있다.

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1월 1일 기준으로 건국대 호흡기질환 관련 총 68건(누적)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중 49명이 흉부방사선상 폐렴 소견이 확인돼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보건당국이 의심환자로 분류하는 기준은 10월 8일 이후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을 방문한 이력이 있고, 37.5℃ 이상의 발열과 함께 흉부방사선상 폐렴의심 소견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49명의 환자는 7개 의료기관에 분산돼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격리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의심환자들은 초기에 발열, 근육통 등과 같은 가벼운 증상을 주로 보였고, 호흡기증상은 상대적으로 드문 폐렴 소견을 보이는 등 중증 사례는 없었다.

의심환자들은 지난 10월 31일까지 실시한 세균 및 바이러스 병원체 16종에 대한 검체 검사결과, 특이적인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원인미상 호흡기질환 환자들이 신고 접수된 후 초기에는 의심환자들이 보인 증상이 브루셀라증이나 큐열 등과 비슷해 인수공통감염병 감염이 아닐까 추측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브루셀라증, 큐열 관련 혈청 항체 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의 호흡기 바이러스 8종은 물론 마이코플라즈마, 백일해 등 호흡기 세균 5종에 대한 PCR 검사 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나타나면서 발병 원인 파악이 난항에 빠졌다.

집단 호흡기질환 발생의 원인 파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의심환자 수는 계속 증가하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지난 여름 메르스 사태를 겪고 난 직후라 원인미상의 감염성 질환 확산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자-대조군 역학조사는?

이런 가운데 보건당국이 호흡기질환 발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동물생명과학대학 출입자를 대상으로 환자-대조군 역학조사를 실시키로 해 발병의 위험요인 및 전파경로를 규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대조군 역학조사를 위해 동물생명과학대학 출입자 중에서 37.5℃ 이상의 발열과 함께 흉부방사선상 폐렴의심 소견을 보이는 의심환자들은 '환자군'으로 분류하고, 동물생명과학대학내 실험실 상시근무자 중 호흡기질환 증상이 없는 무증상 상태인 사람들은 대조군으로 분류해 역학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 조사를 통해 환자군과 대조군을 상대로 면접설문조사를 실시해 특정 위험요인에 노출된 정도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환자-대조군 역학조사는 지난 2011년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원인미상 폐손상 증상을 보인 산모들이 발생했을 때도 실시됐다. 

당시 보건당국과 서울아산병원 측은 원인미상 폐손상 증상이 확인된 산모 18명과 이 병원을 내원한 환자 중 호흡기내과, 알레르기내과 입원력이 있는 환자 및 산부인과에 입원한 산모 가운데 환자군과 성별, 연령(5세 간격)을 맞춘 후 무작위로 추출해 대조군을 선정했다 

이후 병원 연구진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환자군과 대조군을 대상으로 한달 동안 면접설문조사를 통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인을 파악했다. 

그 결과, 폐손상에 대한 가습기살균제의 교차비(odds ratio)가 47.3(신뢰구간 6.0~369.7)으로 나타났다. 

원인미상 폐손상 환자 집단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경우가 대조군에 비해서 47.3배라는 의미로, 폐암 환자의 흡연 교차비(10 이상), 간암에 대한 B형간염 교차비(15~20)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 조사를 근거로 원인미상 폐손상의 위험요인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추정해 냈다. 

건국대에서 발생한 원인미상 호흡기질환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발생한 환자군과 대조군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위험인자에 대한 정보를 후향적으로 조사해 질병 발생과 위험인자와의 연관성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질병관린본부가 "집단 호흡기질환의 발생 원인을 감염성 병원체 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 및 화학물질 등과의 관련 가능성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의심되는 여러 개의 가설을 동시에 검증할 수 있는 환자-대조군 조사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