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안 협의체’ 사실상 종료…대법원·헌재 판결 토대로 유권해석 내릴 듯

[라포르시안]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의 범위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의사 현대의료기 사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 협의체' 논의가 사실상 종료됐으며, 보건복지부는 이달 안에 협의체 논의 결과를 토대로 허용 범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현격한 견해차를 보여 복지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더라도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복지부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 협의체 논의를 토대로 올해 안에 매듭짓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의협과 한의협에서 흘러나온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복지부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토대로 유권해석을 통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명문화 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먼저 안압측정기·자동안굴절검사기·세극등 현미경·자동시야 측정장비·청력검사기가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2013년 12월 한의사의 안과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판결에서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고 ▲기기사용에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치 않고 ▲한의대의 의료기기 교육이 있는 경우 사용 가능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쟁점은 복지부가 한의사에게 엑스레이, 초음파, 혈액검사기 등을 허용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판례는 한의계에 불리하다. 헌재는 2013년 2월 한의사에게 초음파 진단기기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반한다며 모 한의사가 낸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과잉금지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보다 앞서 대법원은 2011년 5월 한의사가 진단용 발생장치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 'X-선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한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에 대해 벌금 50만원의 형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이원성과 의료인의 임무와 면허 범위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장치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범위 밖에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복지부가 일부 안과 의료기기를 허용하는 선에서 이 문제를 덮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단 한의협은 협의체에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양방 일반의와 동등한 원칙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한의협 김지호 홍보이사는 "엑스레이, 초음파, 혈액검사 등은 의료기기의 기본이다. 큰 틀에서 한의사가 진료할 때 필요하다고 보는 의료기기는 허용해야 한다"며 "점진적으로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의협은 매우 제한적인 범위만 허용되지 않겠느냐고 낙관론을 폈다.

의협 한 임원은 "헌재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삼을 경우 허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거의 없다"면서 "또한 복지부에서 정진엽 장관이 취임한 이후 의료계의 주장을 많이 존중하고 있는 분위기도 긍정적인 요소다. 우리는 엑스레이 초음파 등은 절대로 불가하다는 것이다.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이미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규제기요틴'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표적인 의료기기 한두 개는 풀어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의협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제 복지부 발표만 남은 상황인 것 같은데 어느 정도 파문을 몰고 올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힘들다"면서 "조금이라도 선을 넘어간다면 의협 집행부가 가장 먼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