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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노인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서비스 확대를 추진한다. 

노인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의사-환자 간 서비스 방식이 아니라 현행 법으로도 가능한 의사-의료인 간 서비스 모형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엉뚱하게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는 4일 올 하반기부터 전국의 요양시설(70인 이상 시설)을 대상으로 의사(촉탁의)와 의료인(요양시설 간호사)간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인천과 충남의 노인요양시설 6개소를 대상으로 2015년 4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해 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 시범사업을 통해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들이 종전에는 한 달에 1~2회씩 받을 수 있던 의료서비스를, 증상이 있는 경우 수시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입소 노인들의 상태 변화나 다양한 질환 발병에 대한 상시적·즉각적 대처가 가능해 건강상태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복지부는 강조했다. 

복지부는 요양시설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를 위해 8월부터 사업설명회와 수요조사를 거쳐 참여기관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 시범사업은 요양시설 간호사(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의료기관 촉탁의(의사)가 환자의 건강 상태를 돌보는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방식이다.

여기에는 환자의 시진과 문진 등 화상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과 혈압, 혈당,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생체정보 측정용 장비가 활용되며, 원격화상 시스템을 통해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혈압·혈당 등 생체정보를 확인하고 의료용 스코프 등을 활용해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거동이 불편한 와상 환자의 경우 이동형 원격 장비를 활용해 진료한다. 

촉탁의가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해 진료를 할 경우 요양시설 방문에 따른 재진 진료비 수준으로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복지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법개정이 필요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노인요양시설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를 발표하면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 6월 22일 국회에 제출했다"며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된 개정안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군 장병, 교정시설 수용자 등 주요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인요양시설의 원격의료는 현행 의료법에서도 이미 허용되고 있는 서비스 방식이다.

현행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의료인은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지난 2003년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의료인 간 원격의료가 허용됐다. 

따라서 원격지에 위치한 의료기관 의사의 지시로 노인요양시설에서 상주하는 간호사가 환자의 생체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의 원격의료가 13년 전부터 가능했다.  

사실 의료계에서는 예전부터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서비스 활성화를 촉구해 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는 시기상조이며, 도서지역 등을 대상으로 의사-의료인간 원격의료를 활성화해서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증하는 등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해서 관련 수가를 개발하고, 의료사고 등에 따른 법적책임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지만 복지부가 적극 나서지 않았다. 

뒤늦게 노인요양시설을 대상으로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국회에 제출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서비스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과 연계시키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충청남도 서산시 서산효담요양원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방문에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병원에 다니기 힘든 분들의 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원격의료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