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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지난 달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망 사건 여파로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전남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지정이 취소됐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30일 발생한 증증외상 소아환자 사망 사건의 조사 결과 및 조치사항을 논의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논의 결과,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에 대해 각각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하고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을지대병원은 당시 응급수술이 진행 중이었고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해 권역외상센터 지정취소를 유예하되 자체 개선노력을 평가해 6개월 뒤 지정 취소를 결정하기로 했다. 

전북대병원은 사고 당일 수술실 사정으로 중증외상 소아와 외조모를 동시에 수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아 환자를 전원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당시 진행된 다른 수술 때문에 환자의 수술이 어렵다는 것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역할을 볼 때 부적절하다"면서 "환자의 상태를 보면 끝까지 치료하는 것이 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료법령상 의무인 당직 정형외과 전문의 호출과 직접적인 대면진료가 없었고, 영상의학과 등 관련 과목의 협진도 이뤄지지 않아 환자 평가와 진료가 일부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행 권역응급의료센터 운영기준을 보면, 중증응급환자가 내원하면 응급실 전담전문의가 직접 진료해야한다. 또 다른 전문진료과목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면 법 제32조에 따라 호출해야 하며, 호출된 전문의는 해당 환자를 신속히 진료해야 한다. 

위원회는 전북대병원의 환자 전원 의뢰와 관련해서도 "환자의 활력징후 및 사고기전 등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대상 환자의 임상정보 전달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환자 상태가 위중함에도 응급의료책임자와 담당 전문의가 전원에 개입하지 않은 것도 전원이 지연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전북대병원에 대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하고, 응급의료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전북 지역의 의료이용 불편 가능성을 감안해 6개월 동안 개선노력을 거쳐 재지정 신청토록 결정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환자를 중증외상환자로 인지하지 못해 미세수술이 불가능하다며 환자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환자 상태가 비교적 상세히 전달됐음에도 중증외상환자로 판단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을지대병원의 경우 전북대병원에서 환자 상태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고, 예정된 비장파열 응급수술과 이송되고 있는 경추 및 중골 골절 환자 수술 가능성을 감안해 환자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이들 권역외상센터 이외에도 환자 전원을 의뢰한 순천향대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성빈센트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등 7곳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원 의뢰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의뢰 과정에서 통화가 종료되어 환자를 미수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원광대병원, 충북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 5곳은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됐으나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화상 전문병원으로서 정형외과 수술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언론에서 환자를 거부했다고 보도된 단국대병원과 고대 구로병원은 전북대병원으로부터 전원 의뢰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는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한 복지부의 의료기관 현지조사와 서면조사, 2차례의 전문가 위원회, 해당 의료기관의 입장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면서 "앞으로 제도개선 대책 마련 과정에서 추가 정밀조사를 통해 개별 의료인의 귀책 사유가 확인될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역간 전원조정 일원화 등 제도개선 추진

한편 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역간 전원조정 일원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각 병원의 전원 핫라인 직통번호를 응급의료 정보망에 공지하고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게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중증응급환자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경우 중앙응급의료센터 전원조종센터에서 119 및 닥터헬기 등 헬기이송을 조정토록 할 계혹이다.  

전원조정센터의 조정 기능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해 권역 간 전원은 원칙적으로 전원조정센터에 의뢰해 우선 조정하고, 권역 내 조정은 지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필요시 전원조정센터에서 조정하기로 했다. 

전원 과정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관련 학회와 공동으로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전원 절차 및 지침을 수정·보완하고, 국민안전처와 함께 중증응급환자 전원시 전원조정센터, 119, 해경 간 범부처 헬기 공동 활용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권역외상센터 등의 부적절한 전원 관련 지표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국민안전처와 함께 구급대 현장 이송 적정성에 대한 평가 및 피드백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올해 말에는 전체 권역외상센터 및 권역응급센터의 운영상황을 점검 및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와 함께 법령 위반사항 등 발생시 보조금 환수 등 엄정 조치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번 사건이 의료기관의 진료 문화 및 비상진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응급의학회 등 관련 학회와 공동으로 사례조사보고서를 만들고, 응급환자 전원시스템 등 문제점을 진단해 세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