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개원의사가 지역 내 2·3차 병원의 시설·장비·인력을 이용해 자신의 환자에게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도입된 개방병원제도가 여전히 겉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 도입된 이래 벌써 13년째다.
유휴 의료자원을 공동 이용함으로써 병원의 경영개선에 도움을 주고, 환자들의 불필요한 대형병원 집중을 완화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했지만 존재감이 전혀 없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연구위원은 최근 '의료비 적정화를 위한 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 방안-개방병원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2003년 도입된 개방병원의 운영 현황을 조사·분석함으로써 제도 정착을 위한 세부 방안을 제안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방병원 제도에 참여한 신청한 의료기관은 2006년 520곳에서 점차 감소해 2015년에는 신청 기관이 428곳으로 감소했다.
신청 기관 중 개방병원은 2006년 56곳에서 이후 감소와 증가 추세를 반복하다가 2015년 67곳으로 9년 전과 비교해 소폭 늘었다. 그러나 개방병원에 참여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2006년 464곳에서 2015년에는 361곳으로 100곳 이상 감소했다.
개방진료 건수는 2005년 1,221건에서, 2009년 1,470건, 2014년 6,048건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증가 추세는 2005년과 2009년 사이에는 연평균 4.7% 증가했지만, 2009년과 2014년 사이에는 연평균 32.7% 증가세를 보였다.
진료 과목별 개방진료량을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전체 개방진료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전문 과목은 내과(56.2%), 비뇨기과(12.8%), 정형외과(7.8%), 외과(5.8%), 신경외과(5.0%), 산부인과(4.5%) 순이었다.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지난 5년간 개방진료 건수가 많이 증가한 전문 과목은 신경과(47.0배), 내과(23.4배), 이비인후과(22.2배), 정신과(13.8배), 정형외과(9.6배)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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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출처: '의료비 적정화를 위한 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 방안-개방병원을 중심으로' 보고서 |
보고서는 "개방병원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 수만으로만 보면 개방병원 제도는 크게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진료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진료 건수와 진료 일수가 2013년과 2014년에 큰 폭으로 증가해 양적인 측면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큰 진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개방병원 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개방병원의 참여 동기는 주로 ‘자원 활용도 제고’와 ‘병원 인지도 향상’ 측면이 강했고, 참여 개원의 선정 시 주요하게 고려한 요인은 ‘병원 내 의사와의 협력 관계’로 나타났다.
개방병원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나 겸직 직원이 있는 개방병원의 비중은 감소했고, 운영협의체 운영 실적도 저조했다. 개방진료를 위한 검사와 진료 시간 우선 배정, 개방진료 환자들을 위한 차량 지원 등을 시행하는 개방병원 수도 감소했다.
개방병원에 참여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67곳(40곳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운영실태 조사에서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 방안으로 ▲병원 관련 수가 인정 ▲배상책임보험 비용 해결 ▲개방병원 정보 간판 홍보 ▲병원 내 시설의 의원 임대 등을 꼽았다.
개방병원 참여 의원급 의료기관 361곳(236곳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개방병원 진료를 통한 환자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0%로, 2005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또한 참여 의원은 개방병원 제도가 의원의 수익성 향상, 환자의 진료비 절감, 새로운 의료 지식 습득 용이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응답했다.
개방병원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 방안으로 ▲병원 내 시설의 의원 임대 ▲개방병원 정보 간판 홍보 등을 들었다.
제도 활성화를 위한 선결 과제로는 병원과 개원의 간 관계 측면에서 개방진료 절차 간소화(20.8%), 원활한 의사소통 기구 마련(19.1%), 개방병원 전담팀 마련(13.6%) 등을, 제도 정책 측면에서는 개방병원 관련 수가 수준 향상(23.3%)과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확립(22.5%)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개방병원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이 제도가 정착하지 못한 주요인 중 하나로 복지부의 관심부족을 지목했다.
실제로 개방병원제도에 대한 규정이나 지침의 변화가 거의 없고, 복지부 내에서 담당 업무를 확인할 수 있는 업무 분장표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한 개방병원 실무자는 이번 연구를 위한 심층인터뷰에서 "개방병원제도는 운영 초기에 비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유지되지 못함에 따라 실패한 제도"라고며 "정부의 누군가는 이 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개방병원제도의 활성화는 단기적으로는 공공병원과 지방 병원들의 의사 인력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개원한 전문의의 전문적인 의료 기술과 지식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의료 전달 체계를 포함한 의료공급 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개방병원제도 활성화를 위해 핵심적인 요소인 수가 문제, 의료분쟁 문제, 그리고 관련법 정비 등의 문제에 대한 정책 수립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상대가치 수가 개정에서 개방병원제도에 적용할 수 있는 병원 수가와 의원 수가 분리, 그리고 개방병원제도와 관련된 환자 이송료, 개방병원 환자관리료 등 수가 항목을 포함한 수가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확립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체계가 직면하고 있는 고비용·비효율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안"이라며 "개방병원제도 활성화는 이러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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