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검사 소홀로 장애아인 것을 알지 못하고 낳았다 하더라도, 태아의 질환은 낙태 사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고등법원 제1민사부는 태아의 지적장애를 발견할 수 있는 검사와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낙태할 기회를 놓쳤다며 부모측이 D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기각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20일 밝혔다.

장애가 있는 첫째 아이를 기르던 A씨는 2005년 태어난 둘째가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자 "장애아 출산 위험이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며 2억4000여만원의 배상 책임을 물었다.

1심 재판부는 병원에 치료비, 생활비 등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에 대해 "장애를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모자보건법상 낙태할 결정권이 없다"며 패소 판결했다.

그러자 병원에서 관련 검사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항소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당시 태아에게 지적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유전적 질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초음파 검사 외에 추가로 유전자 검사 시행이 필요함을 설명했고, 산모와 태아의 상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점이 인정된다"며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 임신부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등에 한해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